[이성용의 목요담론] 돌담을 배경으로 피는 꽃을 기다리며

[이성용의 목요담론] 돌담을 배경으로 피는 꽃을 기다리며
  • 입력 : 2022. 02.10(목)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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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유리창으로 한라산 정상이 보인다. 한라산 정상의 나무들이 지척에 있는 것처럼 보이면 어느새 내가 탄 비행기는 곧 제주공항에 도착한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한라산과 오름, 하천, 중산간의 초지, 농지들의 모나지 않은 곡선으로 이루어진 경계는 보는 사람의 마음과 눈을 편안하게 한다. 도로를 설계할 때도 안전하고 편안한 도로를 위해 직선도로의 중간이나 끝부분에 곡선을 넣는 시케인(chicane)기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하늘에서 보는 제주의 경계들은 자연적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곡선을 갖고 있다

제주의 경계가 주는 편안함에 더하여 호사를 누리고 싶은 것은 아마도 필자의 욕심이라 생각되지만, 한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착륙하기 위하여 제주도 상공을 선회할 때, 승객들은 제주의 지문(地文, Landscript)을 통해 제주의 첫인상을 느낀다. 제주의 곡선이 갖춘 편안함을 더하기 위해 제주 땅의 모나지 않은 테두리를 배경으로 계절별로 제주를 대표하는 꽃이나 경관작물을 심어보자. 어떠한 꽃이 제주를 대표하는지 도민과 관광객에게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꽃이나 경관작물을 심은 토지의 소유주에게는 일정의 보상을 지불하는 경관직불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제주의 모나지 않은 경관을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은 도민을 넘어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홍보가 될 것이다. 아직 제주를 찾지 않았거나 방문 예정의 관광객들은 '비행기에서 제주의 꽃을 볼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를 갖게 될 것이다.

아마도 곧 제주의 봄을 알리는 노란 유채꽃이 돌담을 배경으로 지천에서 피어날 것이다. 유채는 제주의 현무암을 배경으로 지나가는 도민들과 관광객들을 감탄하게 하고 가던 길을 멈춰 잠깐 쉬어가게 만든다. 더불어 목련까지 피어나면, 제주의 봄은 온갖 꽃의 향연이다. 누가 누가 더 잘하고 좋은지 겨루는 봄에만 이뤄지는 콘테스트(contest)처럼 봄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호사로 보인다. 제주의 봄은 색깔로 비유하자면 유채로 인해 노란색인 것 같다. 그리고 유채는 제주의 현무암을 배경으로도 지나가는 도민들과 관광객들에게 감탄하게 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잠깐 쉬어가게 만든다.

봄의 유채꽃만이 제주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메밀도 있고 앞으로 다양한 꽃들과 작물들이 제주를 대표할 수 있다. 그것은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학교 가는 길은 구불구불 비포장 흙길에 항상 지루하고 걷기 싫었다. 그러나 코스모스나 예쁜 꽃들이 피어 있을 때는 재미있고 활기차게 걸어져서 발걸음이 가벼웠던 적도 있다. 이번 주말에는 그때처럼 돌담을 배경으로 피는 꽃을 기대하며 즐겁게 걸어보고자 한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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