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신언서판과 우민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신언서판과 우민
  • 입력 : 2022. 03.02(수)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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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인물을 평가하거나 선택하는 데 표준으로 삼은 조건으로 '신언서판'이 있었다. 이는, 용모와 풍채를 이르는 '신수', 말하는 태도나 버릇인 '말씨', 쓴 글자의 모양이나 글자를 쓰는 법 등의 '글씨', 사물을 인식하여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정할 수 있는 '판단력' 등을 이른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의사소통이 대세인 요즘 '신언서판'은 그 양상이 크게 변했다. '신수'는 물질의 풍요 속에 양육 환경이 발달하고 평준화되면서 인물 판단의 변별성이 약해졌다. 오프라인 대화에 온라인 메시지가 섞이면서 '서'와 '판'이 '언'에 녹아들었다. 이처럼 '말씨'는 사적 대화와 직접 통화, 문자메시지를 모두 아우르고 '문필'과 '판단력'까지 품으면서 인물 판별의 주요 요소가 됐다. 인물의 평가는 유선전화를 사용했던 30여 년 전과 비교해 볼 때 더 예민하고 섬세해졌다. 관련된 법률과 제도 역시 이에 맞춰 잘 갖춰져 있다. 직접적인 대화에서도 주의가 필요하지만, 비대면이나 익명이라고 해서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 누구를 공공연히 비방해서도 안 되고, 사실일지라도 남의 허물을 함부로 퍼뜨려서도 안 된다.

최근, 개인이나 단체의 대화, TV와 방송, SNS나 유튜브 등의 일부에서, 지켜야 할 기본 법도가 무시되고 반칙과 폐해가 횡행하고 있다. 말은 사람의 품격을 형성하기도 하고, 인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교양의 시대에, 삼류 영화에서나 들었을 법한 저질의 막장 언사와 행태를 흔히 접한다. 옮기기가 부끄러운 불결한 언어와 표현들이 그 매스컴과 인터넷 상에 등장한다. 게다가, 그 내용도 진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어렵다. 떠드는 자들은 제 맘대로 '국리민복'을 내세우고, '국민의 뜻'과 '집단지성'을 거론하면서, 아무 말이나 다 한다. 하지만, 이 '백성'은 '교언영색'과 '곡학아세'를 떠올릴 뿐이다.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뻔뻔스레 저지르는 무례를 보면서, 억울하고 속이 불쾌하다. '혹세무민'을 엄격하게 단죄하던, 기준이 바로 섰던 그 시대를 그린다.

지금, 이 사회의 '신.언.서.판'은 그야말로 바닥 수준이다. 백성을 걱정해 주는, 우민(憂民)하는 현인들은 드물고, 그들을 어리석은 민초, 우민(愚民)으로 보고 무시하는 자들이 더 득세하고 있다. 염치도,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꽤 보인다. 차제에, '우민 정책'의 뜻을 찾아본다.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의 정치적 관심이나 비판력을 둔화시킴으로써 충성심을 조성하는 정책, (중략) 민주정치의 형식화.왜곡화에 따른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바닥 수준의 현상들이 이 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라면, 모골이 송연하다. 우려와 번민, 우민(憂悶)이 커진다. 현명한 시민들의 바른 '판단력'이 절실하고 엄중한 시대다. <이종실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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