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몽니'에 제주4·3희생자 재심 암초

검찰 '몽니'에 제주4·3희생자 재심 암초
4·3전담 재판부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침묵하던 제주지검 10일 돌연 항고장 제출
희생자 결정·판결문 등 재판기록 있는데도
심리기일·심사자료·의견청취 미비 '핑계'
유족회 "4·3 해결 노력에 찬물 끼얹은 꼴"
  • 입력 : 2022. 03.11(금) 16:2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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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게 진행되던 제주4·3 희생자 '재심 절차'가 검찰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재심 개시 전 심리기일이 열리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항고장을 낸 것인데, 실제로는 법원의 의견 요청이 먼저 있었음에도 검찰이 석 달 가까이 침묵한 것으로 확인돼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제주4·3희생자 14명(일반재판 피해자)에게 내려진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 즉시 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3일 제주지방법원 제4-1형사부(4·3전담 재판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의 재심 개시 결정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은 제주지법이 아닌 광주고등법원으로 이송, 다른 사건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은 앞서 이뤄진 재심 절차와는 달리 심리기일이 지정되지 않았고, 사건 관계인의 의견 청취 및 희생자에 대한 심사자료도 없었다"며 "이번 항고는 법령상 필요한 절차를 충실히 갖춰 재심의 절차적 완결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검찰이 항고 이유로 주장하는 '심리기일 미지정', '의견 미청취', '심사자료 미비'가 핑계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먼저 법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이번 재심 청구에 대한 '의견서'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정작 검찰은 재심 개시가 결정된 3월 3일까지 아무런 의견도 제출하지 않았다.

심리기일 미지정 역시 4·3특별법과 형사소송법 어디에서도 반드시 심리기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오히려 '재심을 청구한 쪽과 상대방(검찰)의 의견을 들으면 족하다'는 규정이 있을 뿐이다.  

이어 지난 1월 11일 검찰이 요구한 심사자료(제주도·행정안전부·국가기록원)도 대부분 제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군다나 검찰이 항고한 14명은 4·3희생자로 결정됐을 뿐 아니라 판결문 등 재판기록까지 존재하는 이들이다.

이에 대해 제주4·3희생자 유족회는 11일 성명을 내고 "검찰은 희생자에 대한 심사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으나 이는 4·3특별법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은 견해"라며 "특별법에 의해 희생자로 결정된 분들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이 된 것인데, 이제 와서 그 희생자의 심사자료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이나 특별법 규정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족회는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그 희생자 결정을 되돌리자는 얘기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검찰의 항고는 여야를 막론하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해 온 그동안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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