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가 고민해야할 일

[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제주가 고민해야할 일
  • 입력 : 2022. 03.16(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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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분쟁이 본격화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유럽연합은 저탄소 탈원전을 내세우며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원자력발전을 대안으로 취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세로 석유 및 천연가스의 수출 감소를 우려한 러시아의 에너지 주도권 지속 전략, 세계는 이미 에너지 패권전에 돌입했고 에너지 수급에 이어 에너지 자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다.

제주의 고민도 커졌다. 세계 자연유산 등재의 명성에 걸맞게 카본프리아일랜드2030을 선언한 제주도,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보급을 선도적으로 확대하며 국제적으로 탄소저감에 호평을 받아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치솟는 유가를 핑계로 유럽의 몇몇 국가들처럼 원자력발전에 관심을 두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빈번한 출력 제한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시점에 재생에너지의 무용론을 제기하며 탄소중립의 책무마저 미래세대로 넘기지 않을지 우려된다.

한국판 그린뉴딜의 발표도 1년이 넘었다. 화석연료 경제를 저탄소 생태계로 선회해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 먹거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었다. 제주도는 2025년까지 6조 1000억을 투입해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생태계 육성을 단언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장치로 활용하고 한전 독점의 전력생산과 거래 주체를 도민에게 개방한다는 전력거래 자유화는 중앙의 이목을 끌며 부각됐다.

그러나 도지사 없는 제주도정이 1년, 스마트그리드 노하우와 융복합기술의 축적물을 보유하고도 그린뉴딜의 진척은 보이지 않는다. 세계는 생각지도 못한 에너지 전쟁을 목격하며 모두가 수급 대응책 마련에 긴급한데 정작 육지로부터 전기를 받아쓰는 제주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수년전부터 제기된 출력 제한의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여전히 재화 낭비만을 반복하고 있다. 육지의 전기공급이 중단될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제주의 에너지 안보는 어디서 그 누가 관장하고 있는 것인가.

제주가 꿈꾸는 환경수도는 탄소중립과 궤를 같이 한다. 탄소중립의 실천은 에너지 생산체계의 전환에 기초하고 있다. 세계가 탄소배출의 주범 화석연료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고자 가솔린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는 노력을 스스로 지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남의 일로 간과하면 안된다. 단순히 국가 간 정치분쟁으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청정한 제주를 원한다면 우리는 국제정세의 내면을 직시하고 그린에너지 자립섬 제주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제기된 분산 에너지특구의 제주지정이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이유다. <허경자 제주EV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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