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문화광장] 공공재와 디지털혁신

[김준기의 문화광장] 공공재와 디지털혁신
  • 입력 : 2022. 04.12(화)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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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불가능한토큰(NFT) 열풍이 시장을 달구다 못해 공공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윤범모 관장의 비전발표 언론공개회를 열어, '확장과 혁신, 미술한류, 생태미술관, 디지털혁신' 등 4대 기조를 발표하고 이에 따른 주요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0여년동안 좀처럼 연임 관장을 내지 못해 사업의 중장기 구상을 실현하기 어려웠던 국립미술관에서 모처럼의 관장 연임에 따른 비전 발표라 미술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뜻밖에 '국립미술관이 NFT 시장에 뛰어든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가 나와 잠시나마 긴장 국면을 만들어냈다. 국립미술관이 공공재산을 이용해서 '시장에 개인해 장사를 한다'는 힐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연내에 유명작가 작품을 NFT 출시할 계획이 없다는 사실 확인으로 갈음하긴 했지만, NFT에 대한 세상의 뜨거운 관심을 새삼 확인한 계기였다. 핵심은 NFT 출시가 아닌 아날로그 자산을 디지털 자산화 하는 것에 있다. 소장품 1만 여점을 디지털화 하고 이를 새로운 플랫폼에 연결하는 것이다. 이더리움이타 클레이튼과 같은 기존 플랫폼 이외에 국가 차원에서 공유재산을 디지털화해 이를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데이터 고도화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이를 메타버스와 사물인터넷, 디지털태깅 등에 활용한다면 크게 디지털 혁신을 이루는 일이다.

보는 바와 같이 국립미술관의 소장품과 NFT 시장은 서로 접점 없이 빗나갈 수 밖에 없는 궤적인가. 해답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는 것보다 그 속에 들어있는 본질적 가치를 들여다보는 데 있다. NFT라는 기제는 분명 시장의 일이다.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행위가 이뤄지고 이윤을 확보하려는 상업적 논리가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내용은 사뭇 달라진다. 가상화폐를 어떻게 규정하고 합법적인 경제행위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법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채 일시적인 거품으로 부풀어 오른 이 상황이 현상의 전부가 아니면 본질에 제대로 접근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국립미술관이 NFT를 검토하는 이유는 '시장에 뛰어든다'가 아니라, '디지털자산화 해 공공자산을 지킨다'는 데 그 방점이 있다. 미술작품이라는 물질 자산을 가상 자산화 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검토가 아직 불완전한 시스템인 NFT 시장에 국립미술관이 손을 덴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우리는 다가오는 거대한 디지털혁신 시대에 그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실과 가상이 혼재하다 못해 양자의 공존으로 공진화하는 확장현실의 시대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가상 자산화는 피할 수 없는 문명사적인 흐름이다.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김준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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