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탈탄소시대의 ‘황금 수소 질주’와 수소지질학

[이수재의 목요담론] 탈탄소시대의 ‘황금 수소 질주’와 수소지질학
  • 입력 : 2022. 04.21(목)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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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코 미식축구팀은 슈퍼보울에서 우승을 몇 번 했는데, 그 팀의 별칭이 포티나이너스(49ers)이다. 이 별칭은 1849년부터 캘리포니아에 불어 닥친 황금 질주(gold rush 혹은 황금열)로 도시가 발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18)49년도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이제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해 탈탄소나 탄소제로 등의 가치가 유행하는 과정에서 호주와 미국에서는 황금수소 질주(Gold Hydrogen Rush)로 천연수소를 찾는 지질탐사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호주의 기반암에는 천연가스가 광대하게 부존하는 것으로 예측돼 광업법까지 개정해 자본 투자를 유도 중이라고 하니 천연자원 측면에서는 항상 부러운 '신이 내린 땅'이다. 우리나라도 천연수소가 좀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근 울진, 영덕, 포항, 경주 일대에 있는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추진 과정에 참여하면서 국제적 가치를 가진 지질유산을 찾던 중 '수소지질학'이라는 낯설고 흥미로운 용어를 알게 됐다. 대학원 시절에는 선배 한 분이 포항 지역의 제올라이트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는데 항상 지질 현상의 원리와 숨어있는 이야기를 잘 설명해 줘서 연구실 생활이 매우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이분이 현재는 '수소지질학 전도사'로서 활동하는 것을 알았다. 덕분에 지금은 수소경제 시대에서 수소에 색을 입혀 그 특성을 구분한다는 것도 파악했다. 갈색수소와 회색수소는 각각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추출되고 그 배출물은 공기 중에 유출되는 것이다. 푸른 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추출하고 배출물은 탄소 포집 및 저장을 하는 것이며, 녹색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것을 말한다. 이때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인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으로 얻은 것을 사용한다. 지질수소(geologic hydrogen, 천연수소)는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천연수소는 아프리카의 말리에서 우연히 발견돼 현재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질수소는 천연에서 얻는데 에너지를 적게 투입하므로 흥미를 가질만 하다.

지하에서 천연수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돼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화강암에 포함돼 있는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면 열을 내는데, 지하 심부에서는 고열환경이 돼 이 열이 물을 분해해 천연수소가 된다. 또 염기성 암석에 고온의 물이 접하면 광물상 변화로 천연수소가 생성되는 것도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화강암 지역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많은 곳은 먹는물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역발상으로 이들 라돈 지도 등을 이용해 천연수소를 찾아 수소경제에 일조하고 2050 탄소제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질학계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수재 박사.한국환경연구원 자연환경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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