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2)불편한 편의점

[북클럽에서 이 한권의 책을] (12)불편한 편의점
삶은 관계, 관계는 소통… 관계의 산 오르니 비로소 행복
  • 입력 : 2022. 04.28(목)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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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학관에서 진행된 북클럽 대담 장면. 왼쪽부터 고은영·정혜원·김은희씨. 성현아씨는 온라인으로 함께했다.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퇴직 70대 운영 편의점 배경 소설
여러 인물 시점으로 이야기 전개
코로나를 건너는 독자들에게 위로
“네가 만나는 이들은 힘든 싸움 중
그러니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교사로 퇴직한 70대 여사장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연히 그의 지갑을 주워준 서울역 노숙인 '독고'는 그 인연으로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게 된다. 그곳에는 취업준비생 20대 여성, 50대 오여사 등도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독고가 합류하면서 서울 청파동 뒷골목에 위치한 작고 불편한 편의점에 차츰 변화가 일어난다.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구성되어 공감의 깊이를 더할 수 있고,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이다.

<김호연 저, 출판사 나무옆의자>

▶대담자

▷고은영: 청소년 무비클럽 운영자

▷정혜원: 제주여민회 활동가

▷성현아: 마음 챙김 독서모임 회원(온라인으로 참여)

▷김은희: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김은희(이하 김): 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정혜원(이하 정): 우리 모임에서 주로 철학 등 인문학책만 읽다가 소설을 읽으니까 참 좋았다. 원래 소설 위주의 독서를 하기 때문이다. 내용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여러 인물마다 각각 서사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성현아(이하 성): 훈훈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였다. 진행 방식이 현실 같지 않아서 오히려 좀 불편하기도 했다. 뉴스에 미담으로 나올법한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부분에 반전이랄까. 주인공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좀 무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각자 인물들이 좌절하고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했던 상황이고, 그래서 주인공 독고의 자극에 반응하고 변하면서 아름답게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나 싶다.

▷고은영(이하 고): 오랜만에 소설을 제대로 읽었다. 우리 모임에서도 첫 소설이고, 굉장히 힘을 주는 소설이었다. 아로마오일 중 하나인 스위트오렌지처럼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작위적인 요소가 많은데도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코로나 블루가 만연한 시대에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생각나기도 했다. 회복하고 힐링한다는 측면과 기적적인 순간이 찾아오는 점에서. 그리고 배경에 서울역이 자주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서울역에서 사람의 죽음과 삶에 대해 여러 상념에 잠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 인상적이었다. 제가 서울역에서 출장을 많이 다녀서 마치 그 공간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기본 가치가 있다. 주인공 독고는 '경우'가 있고, 아르바이트생 시현은 '배려'가 있고, 사장님은 '원칙'이 있고, 작가 지망생은 '오지랖'이 있고, 사장의 아들은 '돈', 오 여사는 '책임감' '안정'을 추구하는 것 같다. 각자 어떤 본질적인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 저는 '배려'라고 생각한다. 제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내하고 있었다. 요즘은 나를 지키면서 남을 배려하는 적정선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고: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친절하여지려고 노력해 왔다. 이 책에서도 친절을 연습하면 친절해진다고 했듯이. 하지만 최근에 마음공부를 하면서 내 안에 몹쓸 '파워 긍정'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유가 있으니까 친절할 수 있지 않았나 자각을 하게 됐다. 이제는 타인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든 간에 크게 개의치 말자는 생각으로 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

▷성: '안정'을 추구하는 것 같다.



▷김: 책 속에 회복탄력성이 언급된다. 여러분의 회복탄력성의 정도는?

▷정: 회복탄력성이 없는 편이다. 좌절하고 힘이 들 땐 휴식이 필요하다.

▷고: 회복탄력성이 아주 좋은 것 같다. 문제를 직면하고 돌파하는 편이다. 힘들지만 고통을 마주하고, 돌파 경험을 쌓는 것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으로 생각한다.

▷성: 회복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명상 등 마음 챙김을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김: 인상 깊었던 문장은?

▷정: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 열심히 글을 썼던 시기는 고등학교 때였다. 그때 이런 감각이 있었지, 하며 그 시절이 떠올랐다. 글쓰기도 계속해야 감각이 생기는 것이다. 이 구절을 보는 순간 정말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 "밥 딜런의 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친절에 대해서는 우리 독서 모임에서 다뤘던 주제이다. 친절하면 약간 오지랖 같기도 하고 친절하기 힘들기도 하지만, 친절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고: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이 문장이 책의 핵심이라 생각한다. 예전에 우리 모임에서 다뤘던 '두 번째 산'이라는 책에서 저자 데이비드가 '성공'의 첫 번째 산을 넘으면서 좌절하고 추락하고, 그 후 '관계'라는 두 번째 산을 올라서 행복한 삶을 살아갔다. 이 문장과 연결되는 것 같다.



▷김: 가장 좋아하는 편의점 음식은?

▷정: 까르보 불닭볶음면이다. 덜 맵지만 매운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매운 로제 파스타 느낌이 난다. 그 양념에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 중에 제일 인기가 있다.

▷성: 참치마요 삼각김밥이다. 김밥에도 참치를 넣어서 먹는다. 제가 사는 작은 시골에도 편의점이 3개나 있다. 제주가 편의점 밀집도가 제일 높음을 실감한다.

▷고: 주변에 편의점이 생겨서 편리하다. 편의점 음식 중에는 백종원 도시락 시리즈와 와인을 좋아한다. 편의점이 전 국민의 와이너리가 아닐까 싶다. 와인을 스캔하면 떫은 정도나 당도 등도 알 수 있다. 1만~2만 원대로 가성비도 좋고, 와인 냉장고를 갖춘 편의점도 있어서 자주 이용한다.



▷김: 나에게 책이란?

▷성: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고: 생각과 상상을 확인하고, 자기 확장을 하게 만들어 준다.

▷정: 당연히 옆에 있는 친구이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마음 챙김 독서모임

마음 챙김 교육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30대 여성들이 책을 통한 마음 챙김을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두 번째 산',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등을 읽었다. 주 1회 온라인으로, 가끔은 오프라인으로 모여서 책에서 인상 깊은 문장을 공유하고, 책에서 도출되는 질문에 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락처 010-6689-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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