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5)서귀포시 남원읍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5)서귀포시 남원읍
감귤원 살포 농약·비료 성분 지하수로 유입 가능 높아
  • 입력 : 2022. 07.19(화) 00:00
  • 고대로·이태윤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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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발견 숨골은 마을 우수관으로 이용
폭우 시 빗물·각종 오염물질 유입 통로 전락
감귤원 내 용암동굴 천장 무너진 숨골 존재


서귀포시 남원읍은 서귀포시에서 가장 넓은 읍·면지역으로, 면적은 188.71㎢에 달한다. 제주감귤의 주산지로, 도내 감귤 생산량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제주지역 동서쪽에 비해 지형의 경사가 높아 마늘, 당근, 양배추 등 밭작물 농사를 짓기에는 부적합하지만 제주시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 감귤재배에는 적합하다.

남원읍 월산동 버스정류소 인근 감귤원 숨골.



이곳의 토양은 화산회토의 중간 성질을 갖고 있다. 화산회토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날아간 재가 지면에 쌓여 퇴적층을 이룬 뒤 다시 토양생성 작용을 받아 형성된 토양이다. 화산회토는 양분 흡착력이 뛰어나다. 즉 식물이 흡수해야 할 양분을 토양이 흡수해 버리는 것이다. 제주도가 단위면적당 화학 비료 살포량이 전국평균 사용량보다 250%정도 높은 이유다. 제주시 구좌·김녕 등 동부지역은 화산회토 성질이 강하다. 반면 한경 등 서부지역은 화산회토 성질이 약하다. 남원읍 지역은 중간 정도이다.

문제는 화산회토 토양의 두께가 얇으면 농약과 비료성분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질산 이온 형태인 질산성 질소는 흡수를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감귤원에 질소비료를 살포할 경우 질산성 질소 성분은 빗물과 함께 그대로 지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남원리 월산동 과수원 숨골

남원읍 월산동 버스정류소 인근 감귤원 가운데 숨골이 자리잡고 있다.

고기원 곶자왈연구소장과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이 과수원 숨골의 암반을 조사하고 있다.

파호이호이 용암류(빌레용암류)가 오랜시간을 거쳐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숨골이다. 숨골의 직경은 1m 남짓이다.

탐사에 동행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은 "현재까지 숨골의 정의는 명확하게 내려지지 않았지만, 용암동굴 천장이 무너지면서 생긴 숨골, 용암 튜브의 '스카이 라이트'(천장창)에 해당되는 구멍으로도 볼 수 있다. 해당 천장창의 두께는 30cm가량으로 비교적 얇은 편인데, 해당 숨골은 지표에서 가깝게 용암동굴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이 숨골은 남원리와 한남리 중간에 소재한 운지악과 연관성이 높은데, 동시대에서 흘러온 용암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용암 자체가 어디서 흘러 온지는 측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강 소장은 "과수원의 숨골의 천장창 두께가 30cm 밖에 되지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공사와 경작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성된 숨골로 볼 수 있다"며 "또 이 지역은 빌레용암류로 돼 있고 지표가까이 분포돼 있는 특징이 있어 전형적인 동굴로 물이 들어가는 숨골 지역"이라고 말했다.



■도로변 숨골

이곳 감귤원 숨골에서 바다쪽으로 약 500m 떨어진 남원리 월산동 남한로 153번길 도로에도 숨골이 있다. 이 숨골은 30년 전 전신주 설치 과정에서 발견됐으나 이를 무시하고 전신주를 매설했다. 현재 숨골은 아스팔트 포장으로 완전히 막혀있는 상태다.

월산동 남한로 도로밑 숨골을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

이곳에서 서쪽으로 50m 정도 떨어진 곳에도 숨골이 있다. 도로밑에 있는 숨골은 우수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주민들은 폭우 시 빗물과 각종 오염물질이 유입된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주민은 "수십년 전 전신주 설치 과정에서 숨골이 발견됐는데, 당시 전신주 주변 숨골로 물이 내려갈 수 있도록 배수로가 설치됐지만, 지금은 아스팔트 포장으로 모두 막아버린 상태"라면서 "당시에도 비가 많이 내리면 전신주 주변 숨골로 많은 양의 빗물이 내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50m 정도 떨어진 숨골에는 비가 오면 상류지역에서 흘러온 빗물이 이곳 숨골을 통해 내려간다"고 했다.

탐사에 동행한 고기원 곶자왈연구소장은 "30여년 전쯤 해당 숨골을 조사할 당시 전신주 주변에 조성된 배수로에 고개를 넣으면 숨골 안이 보일 정도로 깊숙했는데, 최근 이마저 완전히 덮어버려 숨골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됐다"면서 "당시 숨골 조사를 통해 해당 숨골은 남쪽, 즉 바다 방향으로 동굴이 형성돼 있었는데, 워낙 많은 토사와 쓰레기가 쌓여져 있어 도중에 탐사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고기원 소장은 숨골로 들어간 빗물이 곧장 바다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봤다.

과수원 숨골 안에는 낙엽 등이 가득차 있다.

아스팔트 포장으로 막혀있는 전신주 인근 숨골 모습.

월산동 소재 숨골 지점은 해발 고도 50m정도에 형성돼 있다고 가정하면 숨골인 용암동굴의 깊이는 5m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남원읍 지역 지하 수위가 7m일때 지하 수위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빗물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인 누층구조를 따라 45m가량을 더 내려가야 지하수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용암동굴이 해안까지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힘들고 도중에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인 누층구조를 따라 빗물 등은 지하 수면까지 내려가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은 한달에서 두달 등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오염원은 어느 정도 여과돼 지하 수면에 도달해 지하수와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대로·이태윤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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