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길체험 프로그램] (4)무릉중학교

[2022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길체험 프로그램] (4)무릉중학교
따로 또 같이 걸으며 나 찾는 '숲속 상담소'
  • 입력 : 2022. 07.25(월) 15:10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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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중 1~3학년으로 구성된 생태환경동아리 학생들이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나요', '어떤 가치를 따라 행동하나요' 등의 질문에 답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라일보] 햇볕이 쨍했지만 숲 안은 시원한 바람이 들고났다. 무릉중학교 아이들은 저마다의 질문을 안고 그 속으로 향했다. 손에는 기다란 노란 쪽지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제주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올해 네 번째 '숲길체험 프로그램'이 지난 23일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에서 진행됐다. 무릉중(교장 김희선) 1~3학년으로 구성된 생태환경동아리 25명이 함께했다. 아이들은 제주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민은화 팀장이 미리 준비한 질문이 적힌 쪽지를 하나씩 뽑아 '숲속 상담실'로 들어섰다.

■ 노란 쪽지에 담긴 질문에 고민하며 만나는 '나'

아이들은 따로 또 같이 걸었다. 함께 줄지어 앞으로 나갔지만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가는 내내 쪽지 속 질문에 고민해 보라는 민 팀장의 말에 아이들은 조용히 숲을 걸었다. 누구 하나 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자연의 속도로 생각에 생각을 더했다. 마른 하천에 다다라서야 발을 멈춰섰다.

제주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민은화 팀장의 지도에 따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무릉중학교 학생들.

아이들은 바위에 걸터앉아 서로에게 귀를 기울였다. 30분 남짓 걸으며 생각한 저마다의 대답이 이어졌다. "당신은 어떤 가치를 따라서 행동하나요." 민 팀장이 쪽지에 적힌 질문을 소리 내 읽자 한 아이에게서 "행복"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어떤 게 행복일까요." 민 팀장이 다시 묻고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돈이 많고 공부를 잘하는 게 행복한 걸까요. 행복은 목표가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일 때가 많아요. 순간순간 행복하다고 느껴질 때 어깨든 손가락이든 다른 사람이 닿지 않는 곳에 행복을 모아 보세요. '지금 이 마음이야'하면서요. 삶이 어려울 때 뽑아 쓸 수 있도록 말이지요."

■ 친구 생각에 귀기울이며 서로를 알아가기도

돌아갈 때는 혼자가 아닌 둘이 짝지어 걸었다. 자신이 받은 질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서로 찬찬히 나눴다. 나와 너 속에서 '진정한 나'를 돌아보는 기회였다.

홍나연(무릉중 2) 학생은 "방해 받지 않고 숲을 천천히 걸을 수 있어 놀러온 기분이었다"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통해) 친구의 마음을 알게 돼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누리(무릉중 2) 학생은 "여름인데도 숲속이 푸르고 시원해 걷기 좋았다"며 "'당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듣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내가 듣고 싶은 긍정적인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했다.

이정선 무릉중 교사는 "숲길 걷기와 상담이 함께 진행돼 이색적이었다"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 자신을 아끼는 친구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숲길을 걸으며 인생의 행복,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릉중학교 생태환경동아리 학생들이 숲길체험 프로그램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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