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愛 빠지다] (19)서귀포시에 사는 최승희씨

[2022 제주愛 빠지다] (19)서귀포시에 사는 최승희씨
"위안 얻으러 찾았던 제주, 벌써 정착 8년째"
  • 입력 : 2022. 10.12(수)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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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1년살이를 왔다 제주남자를 만나 결혼해 살고 있는 최승희씨 가족.

[한라일보] 1년쯤 살아보자며 찾았던 제주생활이 8년째인 최승희(38·서귀포시)씨. 서울에서 태어나 빌딩숲에 둘러싸인 도시생활을 벗어난 적이 없는 그는 서른살에 호주로 1년 반의 어학연수를 다녀온 후 서울생활이 왠지 낯설고 두통에 시달렸다. 그 때 스무살 무렵 제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빙 둘러 완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1년살이를 선택했다.

도로 양 옆으로 울창한 숲이 이어지는 1100도로, 광활한 들판에 펼쳐지는 오름군 등 제주자연은 그에게 큰 위안이 돼 줬다. 두통도 사라졌다.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그리워했고,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맘에 드는 곳에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제주가 그 곳이 됐다"고 했다.

빌딩숲 도시생활 떠나 1년살이로 찾았다 결혼
SNS 서포터즈로 활동하면서 구석구석 알리기
"환경변화 체감… 사라져 가는 제주다움 아쉬워"


제주생활 초반 숲과 바다는 물론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도립미술관, 감귤박물관 등에서 제주와 제주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접하면서 이주민 입장에서 제주사람들이 왜 배타적으로 보이는지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제주를 조금씩 알아가던 차에 제주 남자를 만나 결혼해 서귀포시에 정착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몇 년간 호텔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제주를 알리는 일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제주자치도민기자로 활동했고, 올해는 서귀포시 SNS 서포터즈로 활동중이다. 아이들과 함께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곶자왈, 오름은 물론 제주 곳곳을 블로그에 올리곤 했는데, 의외로 모르는 이들이 있어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전한 일이다.

또 제주에너지공사가 모집한 카본프리아일랜드(CFI) 도민참여 거버넌스 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며칠 전 제주의 10월 낮 최고기온이 30℃가 넘었다. 미세먼지도 점점 심해지고 바닷가에 가보면 각종 쓰레기가 상당하다. 기후와 환경 변화를 체감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여행자로 만났을 적엔 모든 게 특별했던 장소였고 시간이었던 제주가 일상이 되면서 행복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시기도 물론 있었다. 그 시기를 1년 제주살이 첫날 마주한 제주바다에서 위안삼았던 순간을 떠올리며 극복해낼 수 있었다는 그에겐 "제주살이가 어떠냐?"는 지인들의 질문이 여전하다. 답변은 제주에 살아서 행복하고 좋은 점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편함도 가감없이 들려준다고 했다. 제주에 살고 싶은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자리 찾기의 어려움까지도.

서울에서 북적이는 지하철을 탈 때면 '빨리 제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개발 바람에 8년 전과 사뭇 달라진 제주풍경과 마주하며 제주 미래까지도 염려하는 제주사람이 됐다는 그. "서귀포시만 해도 예전의 그 뷰(전망)가 아니고, 구불구불하던 골목길도 전같지 같다"며 "제주의 진정한 가치는 있는 그대로의 제주다움, 서귀포다움 아니겠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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