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옷귀마테마타운∼김만일길∼서중천변∼삼나무숲길∼숲길∼민오름∼전망대∼삼나무숲길∼포장길∼남조로

[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옷귀마테마타운∼김만일길∼서중천변∼삼나무숲길∼숲길∼민오름∼전망대∼삼나무숲길∼포장길∼남조로
종일 반복된 장맛비와 함께한 색다른 정취
  • 입력 : 2023. 08.04(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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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차 행사가 진행된 지난달 15일에는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장맛비가 종일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했다. 참가자들이 민오름 정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양영태 작가

김만일의 헌마로 불려지는 ‘옷귀’
울창한 천연 자연림 서중천 누벼
민오름 정상서 풍광 못봐 아쉬움

[한라일보] 이슬비 내리는 아침 우산 셋이 나란히 이마를 마주 대고 걸어가는 좁다란 골목길은 아니지만, 비 내리는 숲길을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은 이채롭다. 우비를 입고 더러는 우산을 쓰고,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스러운 투어는 이어진다. 기나긴 장마 속에서 비가 오지 않는 날을 선택하여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우비는 밖에서 내리는 비를 막을 수는 있지만 안에서 흐르는 땀은 미처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비가 오면 입고 멈추면 벗든지, 아니면 아예 벗고 걸어간다. 그것은 자연스럽다.

지난 7월 15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3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차 행사는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의 옷귀馬테마타운에서 시작했다. 서성로의 김만일기념관 인근까지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서성로 도로변까지 내려가면 서쪽으로 다시 숲길이 이어지고 길은 서중천 옆에 다다른다. 다시 서중천을 끼고 북쪽으로 오르다 방향을 틀면 삼나무숲길과 만나고 이어지는 숲길을 넘으면 민오름을 만난다. 민오름을 오르고 내리면 넓은 초지에 만든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를 벗어나면 다시 삼나무숲길로 접어들고 숲길을 나서면 포장된 도로에 이르며 도로를 따라 가면 물영아리오름 건너편 남조로에 다다른다. 시작부터 만나는 숲은 하천 변과 오름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며 마주한다. 끝날 줄 모르던 숲은 너른 초지의 전망대에서 잠깐 조망을 보여주고는 다시 시작된다. 내리다 그치다, 쏟아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비와 함께여도 색다른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의 투어다.

까치수염

백랑금

비비추

'옷귀' 또는 '옥귀'는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의 옛 이름이다. 뜻은 확실하지 않으나, 김만일의 헌마로 그의 후손이 임금으로부터 비단옷을 하사받았다는 의미로 '옷귀'라 부른다는 미화된 민간어원설이 있다. 옷귀馬테마타운에서 남쪽으로 들어서면 숲길을 만난다. 숲길은 서성로의 김만일기념관 옆까지 이어지고 서성로 도로변에 닿으면 서쪽으로 돌아 서중천까지 연결된다.

서중천은 한라산의 흙붉은오름에서 시작하여 깊은 계곡을 만들며 남동쪽으로 흐른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를 지나 남원리와 태흥리를 가로지르며 결국은 바다에 이른다. 서중천은 조선시대 정의현 서중면을 관통하는 큰 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길잡이 박태석 씨는 "서중천은 계곡이 깊고 천연의 자연림으로 우거진 지역으로 목장길과 하천 사이의 울창한 숲을 따라 걷기 좋은 길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삼색도장버섯

솔버섯

타래난초

깊은 계곡을 만나기도 하고 넓은 자갈밭도 만나는 서중천은 옆의 목장길과 사이로 울창한 천연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천연림 아래로는 별다른 잡목도 자라지 않고 낙엽이 쌓여 만들어진 푹신한 땅을 밟으며 사뿐사뿐 걸을 수 있다. 다만 군데군데 큰 바위와 경사진 사면을 지날 때면 조심해야 한다. 가뜩이나 물기를 머금고 있는 바닥은 미끄럽다. 천변을 따라가다 다리 위에서 잠시 쉬며 다양한 모습으로 하천을 따라 흐르는 바위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서중천을 벗어나 목장길을 지나면 다시 삼나무숲길이 민오름 자락까지 이어진다.

파리풀

애기도라지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민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높이 97m의 오름이다. 여느 민오름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없다는 데서 붙인 이름이지만 지금은 삼나무가 울창하다. 남쪽으로 경사가 다소 가파르고 동쪽으로 벌어진 말굽 모양의 분화구가 있다. 삼나무 숲 가운데로 만든 오름 탐방로를 따라 쉬엄쉬엄 오른 정상에는 전망대가 있지만 흐린 날씨로 주위 풍광은 볼 수 없었다. 오름 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이마에 흐른 땀을 씻고는 다시 투어는 계속된다.

민오름 정상을 뒤돌아 나와 느슨한 능선을 따라 삼나무 숲을 내려가면 넓은 초지를 만난다. 초지 한가운데에 전망대가 있지만 흐린 날씨의 하늘은 주위의 풍광을 구름 속에 감추어 버린다. 전망대를 나서니 소나기가 지나간다. 뒤따라오지 못하게 서둘러 숲속으로 들어서며 잦아진 비에 한숨을 돌린다.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를 뒤로하고 삼나무숲길을 지나니 비 개인 포장길이 기다린다. 군데군데 물웅덩이 고인 길을 따라 걷는 발자국에는 콧노래가 찰랑댄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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