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당시 호텔 밖으로 빠져나온 투숙객들이 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현지 관계자 제공
[한라일보]북아프리아 모로코에서 규모 6.8의 지진 발생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제10차 세계지질공원 총회 참석차 현지에 있던 제주 대표단도 긴급 대피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사실상 고립된 채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진이 발생한 모로코 마라케시에는 제주 대표단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 경기도, 전북 등의 지역 대표단도 대피해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한국시각) 오후 3시(현지시각 오전 7시) 모로코 마라케시에에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참석한 제주대표단이 지진 당시 상황과 현재 대피 현장의 분위기를 본보에 전해왔다.
제주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모로코 마라케시 현지시각 8일 오후 11시를 조금 지난 때였다. 제10차 세계지질공원 총회 제주 대표단이 투숙중이던 카스바 호텔에서는 파열음이 일었다"면서 "총회 일정을 오후 늦게까지 소화한 후 숙소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잠자리에 든 지 채 2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각. 갑자기 천정 등에서 굉음이 울리더니 여기저기에서 건물 잔해가 흩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해당 호텔에는 제주 대표단 6명을 비롯해 다국적인 다수가 머물고 있었다. 건물이 흔들림은 더욱 심해졌고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제주 대표단은 일일이 안전을 확인하며 건물 밖으로 대피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 "건물 복도는 이미 잔해로 뒤덮이기 시작한 상황에서 대표단 중 한명의 방이 열리지 않았다. 제주대표단을 이끌고 있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고정군 박사는 서둘러 호텔측의 도움을 요청해 동료를 구조 대피시키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더불어 관계자는 "호텔 밖은 긴급 대피한 투숙객들 로 넘쳐났고, 이들은 서로 부둥켜 안은채 아찔했던 순간을 쓸어내리기도 했다"면서 "인근에 호텔도 상황은 비슷했고, 갑작스런 상황에 호텔은 사실상 봉쇄됐다. 이에 대피객들은 길거리에서 노숙해야 했다. 일부 다국적 대피객들은 생수와 이불을 나누며 인류애를 발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명이 밝아오자 모로코 지진 소식을 접한 가족 등의 전화가 이어지는 등 모로코 지진상황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숙식해결은 고사하고 모로코 여러 곳에서 지진으로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안전지대 이동과 조기 귀국 항공편 확보 등 어느 것 하나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 현재로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제주 대표단은 일단 독자적 행보보다 총회에 참석한 타 지역 대표단과 연락을 취하는 등 만일의 상황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오후 11시 11분쯤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 약 71㎞ 지점 오우카이메데네 인근 아틀라스 산맥 지역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지진으로 수도 라바트 등 주요 도시에서 건물들이 파괴됐고, 대피한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이날 지진으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이 발생한 모로코 마라케시에는 제10차 세계지질공원 총회에 참석한 우리나라 각 지역 대표단이 머물고 있다. 특히 제주 대표단 6명도 현지에 체류 중이었으며 이들은 지진이 발생하자 숙소에서 거리로 긴급 대피해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 현지에 체류 중인 제주도민들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상황"이라며 "또한 제주 대표단이 안전하게 제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