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심 사라봉 토끼 "놔둘까" vs "잡을까"

제주 도심 사라봉 토끼 "놔둘까" vs "잡을까"
4∼5년 전 유기 개체수 급증…오름 보호차원 소탕작전
사람들에 피해 없고 이색 볼거리로 인기 많아 '고민'
  • 입력 : 2023. 09.30(토) 08:06  수정 : 2023. 10. 01(일) 15:16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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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사라봉 토끼.

제주시 동쪽 도심에 높이 180여m의 산책하기 좋은 오름 사라봉이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해가 지는 풍광으로 유명한 곳이다.

'고운 비단'이라는 의미의 사라봉은 제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영주십경 중 하나인 '사봉낙조'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붉은 노을에 버금갈 정도로 근래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정상을 뛰노는 토끼들에게 마음을 뺏긴다.

토끼들은 풀을 뜯어 먹느라 정신이 팔려 사람이 가까이 가도 좀처럼 피하지 않는다.

나무 밑동 땅에는 굴을 판 흔적도 있는데, 굴을 파는 건 집에서 기르는 종류인 굴토끼의 습성이다. 흔히 집토끼로 불린다.

4∼5년 전 토끼를 누군가 버리고 갔고 이후 토끼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지난해 한때 개체 수가 40마리에 달했다.

아이들은 토끼를 보기 위해 사라봉까지 올라 토끼를 따라 신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곤 한다.

이제 토끼들은 사라봉의 노을과 함께 이색적인 볼거리가 됐다.

하지만 사라봉을 관리하는 제주시는 토끼의 인기몰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굴토끼가 굴을 파는 습성이 있어 화산석인 송이(스코리아)로 이뤄진 사라봉이 침식될까 우려되고 생태계 교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제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토끼 소탕 작전에 나서 사라봉 정상 토끼들을 잡아 일부를 민간에 분양하고 있다.

소탕 작전으로 현재 야생에 남아 있는 토끼는 대여섯마리로 크게 줄었다.

포획은 잠자리채와 같은 그물망을 이용하는데, 사라봉에 비탈진 곳이 많아 포획이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는 지속해 토끼를 포획할 방침이다.

하지만 토끼가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다 사라봉을 찾는 시민들 사이에 인기를 누리면서 동정여론까지 유발해 행정당국의 고민이 깊다.

제주시 관계자는 "공원은 집토끼가 거주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라며 "소중한 생명이 방치되지 않도록 공원에 토끼 등을 유기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제주 #사라봉 #토끼 #한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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