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정부 발빼자 시범시행 제주 매장들 이탈 조짐

일회용품 규제 정부 발빼자 시범시행 제주 매장들 이탈 조짐
일회용컵 보증금제 반환율 하락…'잠정 중단' 내걸기도
  • 입력 : 2023. 11.12(일) 10:40  수정 : 2023. 11. 13(월) 13:16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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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 운영 잠정 중단 알리는 제주 한 카페. 연합뉴스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강도를 낮추자 제주에서 시범 시행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매장들이 속속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커피 판매 매장 등의 일회용컵 반환율이 최근 80.8%로, 일별 최고 90%가 넘었던 것에 비해 하락했다.

주간 일회용컵 회수량은 지난달 첫째 주 18만7천263개, 둘째 주 16만7천470개, 셋째 주 15만1천471개, 넷째 주 14만4천437개다.

지난달 일회용컵 회수량은 첫째 주 대비 넷째 주에 22.9%(4만2천826개) 감소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일회용컵 회수량이 줄어드는 조짐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잘 흘러가고 있다"며 "회수량이 줄어드는 이유가 일회용컵 보증금제에서 이탈하려는 매장 영향인지, 계절적 요인 등 다른 것인지는 좀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지 않는 매장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것인지, 혹은 이 제도를 잘 지키며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매장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제도에 반대해온 일부 매장에서는 '새로운 정책 시행 시까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며 '사용하신 일회용컵을 분리수거해 버리라'라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제주 일부 매장은 지난해 12월 제도 시범 시행 초기 프랜차이즈 매장에 대한 일제 실시에 대해 업장별 규모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형평성 논란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제주도가 과태료 부과 등의 강력한 의지를 보이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합류했다.

점차 참여 매장이 늘어났지만 최근 환경부의 입장 선회로 이탈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늦추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방침을 정했으며, 최근에는 식당이나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치도 철회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커피나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판매할 때 소비자로부터 300원의 보증금을 받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이다.

일회용컵 재활용을 높이고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시범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흔드는 환경부를 규탄한다"며 "지자체 자율 시행은 명백한 제도 후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 업체가 제도를 받아들이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환경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보증금제 전국 시행에 즉각 나서라"고 요구했다.

제주도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전국적인 확대 시행이 미뤄지자 현장에서 제도를 어떻게 정착시켜 나갈지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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