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입장권 34만9천원"… 경찰 온라인 거래 수사

"제주 한라산 입장권 34만9천원"… 경찰 온라인 거래 수사
제주도, "형사 처벌 가능성 검토해달라" 진정서 제출
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죄엔 미수범 처벌 규정 없어
매매 시도 글로 인한 실제 공권력 낭비 여부 쟁점 될듯
  • 입력 : 2024. 01.10(수) 18:01  수정 : 2024. 01. 11(목) 16:23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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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인터넷에 올라온 한라산 탐방 예약권 매매 시도 글.

[한라일보]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던 한라산 탐방 예약권 거래 시도에 대해 경찰이 처음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가 지난 8일 한라산 탐방 예약권 매도 글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함에 따라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한 시민은 "모 중고거래사이트에 '1월1일 한라산 야간 산행 예약 QR 코드를 34만9000원에 양도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며 이 게시글을 사진으로 찍어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에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는 지난 2020년부터 한라산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 최대 탐방 허용 인원을 코스별로 제한하는 '탐방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예약자에게는 탐방 날짜와 개인정보 등를 인식하는 QR 코드가 발급되며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은 탐방로 입구에서 QR 코드와 신분증을 대조해 본인이 맞는지 확인한 후 입산을 허용한다.

그러나 제도 시행 후 한시적으로 야간 입산을 허용하는 새해 첫날 또는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특정 시기를 중심으로 탐방 수요가 몰려 예약 전쟁이 치러지고, 또 그 부작용으로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탐방 예약권 거래 시도가 이어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한라산 입장권'을 입력하면 이날도 예약권을 돈을 주고 구매하겠다는 글이 다수 발견된다. 단 매입 글은 많지만 입장권을 팔겠다는 글은 발견되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런 현상이 반복되자 지난해 말부터 타인의 QR 코드로 입산하는 행위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타인 예약권으로 한라산을 탐방하는 행위가 입산객을 관리·지도하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방침이 발표된 후 현재까지 타인 예약권으로 탐방을 시도하다 적발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불법 탐방으로 이어지지 않은 예약권 매매 시도 글까지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형법상 위계에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단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어도 매매 글로 인해 불필요한 행정력이 낭비됐다면 처벌이 가능하다.

지난해 8월 '제주공항에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30대 남성은 실제 테러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자신의 글로 경찰관과 기동대 571명이 공항 수색에 투입되는 등 막대한 공권력 낭비를 초래해 위계에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진정인을 불러 한라산 탐방 예약권 매매 시도 글로 인해 입산 관리 공무원이 증원되는 등 공권력 낭비가 발생하거나 실제 직무 집행에 차질이 있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이런 사실 관계 확인 절차와 더불어 법리 검토를 통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돼야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한 정식 수사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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