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전쟁에 대비해 국가 안보와 방호 태세를 점검하는 을지연습 기간에 드론(초경량비행장치)으로 추정되는 미확인 비행 물체가 국가중요시설인 제주교도소 인근 상공에 출현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오후 9시쯤 제주시 오라2동에 있는 법무부 산하 광주지방교정청 제주교도소 서쪽 상공에서 드론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출현했다.
제주교도소는 "당일 근무자가 교도소로부터 약 1㎞ 떨어진 서쪽 상공에서 불빛을 반짝이는 미확인 물체를 발견했다"며 "야간이라 육안으로는 비행 경로를 추적할 수 없었고, 또 금세 사라져 해당 물체가 교도소 내부 상공까지 들어와 비행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교도소는 제주국제공항으로부터 직선 거리로 약 5㎞ 떨어져 있으며, 항공안전법에 따라 비행이 제한되는 '관제권'(공항으로부터 반경 9.3㎞ 이내인 지역)에 속한다.
관제권 내에서 드론을 비행할려면 항공청 승인을 얻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최대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관제권 밖이라도 일몰 이후부터 일출 전까지인 야간에는 허가 없이 드론을 날릴 수 없다.
더욱이 제주교도소는 국가중요시설로, 시설 전체가 보안구역으로 지정돼 허가 없이 출입할 수 없고 사진 촬영도 금지된다. 제주교도소 내부가 외부로 공개되면 재소자 도주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교도소는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출현한 사실을 제주지방항공청에 통보했다. 제주항공청 관계자는 "사건 당일 교도소 근처에서 드론 비행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교도소 서쪽 상공은 제주를 오가는 민항기의 비행 항로도 아닐 뿐더러, 현재로선 미확인 물체가 사라진 뒤라 당시 출현한 물체가 미승인 드론인지, 항로를 이탈한 비행기인지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미확인 비행물체가 교도소 상공에 출현한 지난 21일은 을지연습 기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경계가 삼엄한 시기였다. 다른 지역 교도소는 을지연습 기간 드론을 이용한 테러 대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경찰 대응은 허술했다. 제주교도소는 정체불명의 비행물체가 출현했다고 아라파출소와 112상황실에 신고했다. 그러나 대공용의점을 수사하는 관할서 경비안보과나 테러 혐의점을 수사하는 대테러계는 이런 사실을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제주교도소 북서쪽 약 500m 지점에는 또다른 국가보안시설인 국가정보원도 있어 미확인 비행물체 정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경찰 내부에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대공용의점 등을 확인하는 조사는 이날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경비안보과 관계자는 "국가중요시설 근처 상공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출현했다면 대공용의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부서에 통보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112상황실 관계자는 "당시 교도소 측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지만 미확인 비행물체가 이미 사라진 뒤라 그 자리에서 사건을 종결했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가중요시설 인근에 미확인 물체가 출현했을 경우 대공용의점 또는 테러 용의점 수사 부서에 알리는 등 통보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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