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재 공포에 지하 전기차 충전기 공공기관 첫 철거

제주 화재 공포에 지하 전기차 충전기 공공기관 첫 철거
제주시, 3별관 완속 충전기 3개 철거 예정
市 "지상으로 옮길 시 일반주차 구역 줄어"
道 "전기차 이용자 편의도 고려해야" 난감
  • 입력 : 2024. 09.10(화) 17:48  수정 : 2024. 09. 13(금) 19:01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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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 3별관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

[한라일보] 지하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 도내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시가 화재 피해 예방을 위해 충전기 철거에 나선다.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지 않고 아예 없앤다는 계획인데,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 온 제주도는 '이용객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10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제주시는 지난달 26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시청사 3별관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 3개를 전부 철거하고 싶다며 협의를 요청했다. 충전기는 제주도 소유로 제주시는 이 충전기를 관리하는 재산관리관이다.

제주시에 따르면 본관을 포함해 1~6별관으로 구성된 청사 건물 중 3별관만 지하에 전기차 충전기가 구축돼 있다. 이처럼 건물 지하 또는 내부에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한 도내 공공기관은 제주시를 포함해 서귀포시 등 모두 17곳이다.

시는 3별관에 전산실과 ITS교통정보센터 등 중요시설이 있어 지하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큰 피해로 번질 우려가 높다며 철거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불이 나면 순식간에 온도가 1000℃까지 치솟는 열폭주 때문에 진화하기 힘들다. 더욱이 전기차 화재가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다면 진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지하는 층고가 낮고 차들이 밀집해 불이 나면 확산하기 쉽고,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하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는 것도 화재시 피해 확산을 막을 방법 중 하나이지만 시는 이설할 경우 일반차량 주차구역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민원인 불편이 야기된다며 고려할 수 없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 청사 전체 주차면 192면 중 충전기가 설치된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이 16면으로 3개를 없애도 정부가 신축 아파트에 적용한 의무 설치 비율 5%를 충족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 관계자는 "가뜩이나 시청 주변 일대는 매일 주차난을 겪고 있고 청사 민원인 주차구역도 모자란 상태"라며 "협의가 끝나면 지하 충전기를 철거해 제주도에 반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시의 철거 요구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철거를 하겠다면 막을 방법은 없지만 전기차 이용자 권익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도 관계자는 "과충전이 문제이지, 충전기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공공기관이 지하 충전기를 전부 철거하겠다고 나서면) 전기차 이용자 입장에서는 공공기관 지하엔 주차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인데, 이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청사 지하에 전기차 충전기 5개를 운영하고 있는 서귀포시는 지상 이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공공기관별로 대처방식이 다른 이유는 지하 전기차 충전시설 관리 방안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이설 여부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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