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우리말 외래어에 치이고 재미에 뒤틀리고…

일상 속 우리말 외래어에 치이고 재미에 뒤틀리고…
■ 내일 578돌 한글날… 일상 속 공공언어 실태
도심지 간판 우리말보다는 정체불명 외래어 천지
행정 ‘공공언어’ 뽐내기 심각… 소통성은 후순위
  • 입력 : 2024. 10.08(화) 05:20  수정 : 2024. 10. 08(화) 06:24
  • 강다혜 김채현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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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청 주변 도로변 건물에 달려 있는 각종 간판들. 한글 간판보단 외래어로 표기된 간판이 수두룩하다. 강희만 김채현 기자

[한라일보] 제주도는 왜, 항공 우주와 드론 관련 행사 제목을 '제주 글로벌 미래항공우주 컨페스타'로 지었을까? 제주개발공사는 새활용한 무상표 삼다수를 '무라벨 그린에디션'이라고 불러야만 했을까?

한글날이 9일로 578돌을 맞는다. 일상 속 공공언어는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멀다.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되는 쉬운 말까지 영어를 쓸 만큼 공공기관과 일상 속 '우리말 파괴'는 심각하다.

▶공공언어 속 외국어·외래어 남발=우선 공공기관에서 다루는 공고문과 보도자료는 일반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문서다. 그 성격상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표적인 공공언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게시물의 소통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주시청 주변 도로변 건물에 달려 있는 각종 간판들. 김채현 기자

제주시청 주변 도로변 건물에 달려 있는 각종 간판들. 김채현 기자

제주시청 주변 도로변 건물에 달려 있는 각종 간판들. 김채현 기자

그러나 공문서 등의 한글 사용 실태를 보면 정책·사업·행사 등의 명칭에 외국어 및 외국 문자 사용이 두드러진다. 대체어가 있음에도 불필요하게 외래어를 사용한 사례도 다수다. 제주도와 도교육청, 공공기관 등에서 정책을 홍보하겠다며 공개한 자료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가 가득하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전문기업 업스테이지와 공동으로 '글로벌 AI 위크'를 개최했다는 자료와, '펀(Fun)-스포츠 터링대회'를 개최했다는 자료를 보고 단번에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이 과연 몇 명일까?

공공언어의 개념이나 정의는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어문 규범과 국어 문법에 맞도록 정확하게 표기해야 한다는 '정확성'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소통성'을 지녀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외국어·외래어로 뒤덮인 상가 일대=한글날을 이틀 앞둔 7일 제주시 이도2동, 아라동 등 제주시 일대. 이곳에 내걸린 수많은 간판 중 상당수는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말로 된 간판을 사용하는 업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외래어를 표기법에 맞춰 한글로 쓴 것이었고 순수 우리말을 사용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특히 최근에 들어선 것처럼 보이는 식당은 대부분 일어 또는 베트남어로 표기 돼 있었다.

제주시청 주변 도로변 건물에 달려 있는 각종 간판들. 김채현 기자

제주시청 주변 도로변 건물에 달려 있는 각종 간판들. 김채현 기자

외국어 간판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고, 이를 규제하는 법도 존재하지만 4층 이상의 건물 또는 간판 면적이 5㎡ 이상인 경우에만 적용돼 무용지물로 전락한 실정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떨어지는 가독성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0대 도민 김 모씨는 "외래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임에도 요즘 생기는 간판들을 보면 읽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음식점인지 카페인지 알곤 한다. 외래어를 한글로 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밖에 일각에서는 한글보다 더 사라져 가는 제주어를 우선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관계자는 "외국어 간판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제주어 간판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며 "한글 보전도 필요하지만 제주도민만큼은 무엇보다 제주어 보전을 우선해야 한다"고 했다. 강다혜·김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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