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4)오름중학교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탐방] (4)오름중학교
"숨골이 역류할 수도 있나요? 새로 생기기도 하나요?"
학생들 함덕리·온평리 소재 숨골 탐방하며 궁금증 쏟아내
곶자왈·농경지 옆 숨골서 지질 구조와 지하수 중요성 배워
  • 입력 : 2024. 10.18(금) 04: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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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 중학생들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드는 통로 역할을 하는 '숨골'과 지하수의 역할을 상기하며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라일보가 제주개발공사, 광동제약과 공동으로 마련한 '제주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이 지난 12일 오름중학교 학생 1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탐방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한 숨골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이어졌다.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장(지질학 박사)이 동행해 숨골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2일 '제주 삼다수와 떠나는 숨골 탐방'에 오름중학교 학생들이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와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의 숨골을 찾아가 숨골의 가치를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름중학교 정문에서 집결한 학생들은 첫 번째 일정으로 함덕리 소재 곶자왈에 위치한 숨골 탐방에 나섰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벌레기피제를 뿌리고, 곶자왈 한가운데 위치한 숨골까지 닿았다.

가로·세로 3m가량의 크기로 보이는 숨골에는 누군가 가져다 놓은 듯 나무들이 걸쳐져 있었다. 숨골 주위에 둥글게 둘러선 학생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어 강 소장이 숨골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곶자왈과 숨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강 소장은 "숨골은 쉽게 말해 물이 빠지는 구멍이다. 제주에선 '숨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숨을 쉬는 구멍이라는 뜻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물이 빠져야 하는데, 제주 땅 곳곳에 있는 숨골이 비가 온 뒤 물을 고이지 않게 빠지도록 해주는 기능도 한다"라며 숨골의 정의와 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인근 곶자왈에 위치한 숨골.

함덕리 인근 곶자왈에 위치한 숨골에서 강순석 박사가 숨골과 곶자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곶자왈에 대한 설명도 이어 갔다. 강 소장은 "화산 폭발로 뜨거운 용암이 바다 쪽으로 강물처럼 흐르면서 식은 표면은 굳어져 지붕을 만들고, 그 아래로는 용암이 흘러 만장굴 같은 동굴이 된다. 또 용암이 지표로 흐르면서 만들어진 게 곶자왈이다. 즉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하에 용암동굴을 만들고, 지상에는 곶자왈 숲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함덕리에 이어 두 번째 탐방 일정으로 찾아간 숨골은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 부지와 인접한 성산읍 온평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숨골은 농지 바로 옆에 위치했는데,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가 있었다. 폭 1.5~2m, 깊이가 1m 이상으로 움푹 패인 숨골 바닥엔 여러 개의 암석들 사이로 커다란 구멍이 선명해 다량의 물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것으로 추정됐다.

강 소장은 "왜 여기에 공항이 들어설까요? 공항에는 활주로가 있죠. 활주로에 비행기가 다니려면 땅이 평평해야 하겠죠. 이 부지가 평평하기 때문에 여기에 공항을 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이러한 숨골들이 아주 많아요"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동광초등학교 학생들의 숨골 탐방 중 한 학생이 숨골에서 1m쯤 떨어진 풀 숲에서 또 다른 숨골을 확인했다"며 작은 크기의 숨골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그만큼 숨골이 많이 분포한 지역임을 말해준다.

오름중학교 학생들이 숨골로 가기 위해 곶자왈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소재 숨골에 가기 위해 학생들이 저지대로 걸어 내려가는 모습.

과학 및 진로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인 만큼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제주도에 이런 숨골이 몇 개나 있나", "삼다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일반적인 땅에 숨골과 그냥 구멍과 어떤 차이가 있나" 등의 질문을 이어 갔다.

특히 한 학생이 "숨골이 새로 생길 수도 있어요?", "숨골 물이 역류할 수도 있나요?"라는 질문을 해 강 소장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에 강 소장은 "그럴 수도 있겠다. 숨골이 새로 생길 수도 있겠다"라며 "원초적으로는 화산 폭발 당시에 생긴 것이지만, 새로 생길 수도 있겠고, 역류할 수도 있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제주도에 300여 개의 숨골이 있다고 연구된 바 있고, 제2공항 부지에만 150여 개가 나왔다. 현재 미개척 분야다. 아직 조사되지 않은 숨골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수천수만 개가 있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소장은 "이런 질문들과 사례들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고 또 새로운 것이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유연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라며 "정답은 자연에 있는데 자연은 변한다. '책에서 봤는데~'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책에 나온 지식과 정보 역시 자연의 흐름에 따라 바뀔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금 비가 안 와서 강수량이 적으면 20년 뒤에 영향이 있을까요? 지하수가 안 나올까요?"라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강 소장은 "그럴 수 있다. 그만큼 지하수 함양이 적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면 먼 훗날 사람이 살기 힘들어질 수 있다"라고 답했다.

온평리에 위치한 숨골.

온평리에 위치한 숨골에서 강순석 박사가 제주의 지질 구조와 지하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탐방에 참여한 오름중 1학년 구경한 학생은 "숨골과 곶자왈이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정확한 뜻은 몰랐는데, 오늘 박사님께 설명을 듣고 직접 눈으로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됐다. 또 제주 환경에 대해 잘못된 사실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 됐다"며 "자연에 대해 색안경을 끼지 않고 폭넓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1학년 곽예성 학생 "자연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고, 자연의 힘이 크고 웅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송문주 교사는 "아이들을 데려와서 직접 흙을 밟고 눈으로 보며 체험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며 "숨골과 지하수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지만 그 중요성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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