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90)적산가옥-신미나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90)적산가옥-신미나
  • 입력 : 2024. 11.05(화) 04:00  수정 : 2024. 11. 05(화) 10:02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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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나를 만난 것이

나쁜 꿈이었던 듯 살길 바라요



손바닥을 펼치면

마음에 이리도 많은 적이 기를 세웠으니



신발을 세워 물기를 빼던

댓돌은 사라지고



향만 취하고 술은 뱉듯이

나는 여태 빌려온 사랑

주인 없는 이별만 하였습니다



이제 알 것 같아요

태양이 실눈을 뜨면

금을 쪼갠 듯 빛이 새요



구름이 해와 합쳐질 때

처음으로

당신 속에 들어갔다 나왔습니다

삽화=배수연



나를 만난 것이 나쁜 꿈이었던 듯 살길 바랍니다,(사실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주기를) 아직 꿈이 끝난 것은 아니니까, 나쁨 다음에 좋음이 올 수 있는 거지요. 애초에 사랑도 내 것이 아니고 이별도 남이 한 것 같은 이런 소속 불명의 어긋남을 적산가옥에 빗댑니다. 무슨 일이었을까요. 사랑만 하였다는 것도 맞습니다. 내가 딴 마음을 품지 않았다는 것은 구름이 붉은 해와 합쳐질 때 처음으로 당신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느끼며 사는 것으로 알 수 있겠네요. 마음이 적의 깃발을 들었을 때조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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