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제주 오름 이름, 철저한 기초 조사로 바로잡아야"

"잘못된 제주 오름 이름, 철저한 기초 조사로 바로잡아야"
한라일보·제주도의회 환도위 5일 '오름 지명' 관련 토론회
전문가들 오름 지명 제대로 해석하기 위한 '비교 연구' 강조
'오름 이름 제대로 쓰고 있나' 화두 제시… "공론 계속되길"
  • 입력 : 2024. 11.05(화) 19:45  수정 : 2024. 11. 07(목) 13:47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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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제주자치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제주도 오름 지명 문제점과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한자 표기 등을 잘못 풀이하며 빚어진 제주 오름 지명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선 역사언어학적인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가 관리하는 '오름 목록'에도 잘못된 이름이 수록돼 있어 철저한 고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5일 제주자치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도 오름 지명 문제점과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선 이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토론회는 한라일보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찬수 박사(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는 제주 지명에서 발견되는 오류가 '차차표기법(한자차용표기법)의 오해' 등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자를 빌어 적었던 지명을 해석하며 한자의 '표의성'에만 집중한 나머지 "엉뚱한 해석"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한라산의 한라(漢拏)라는 지명도 트랜스 유라시아어(알타이어)권에 널리 퍼져있는 말에서 기원했다"며 "명백히 음가자 표기"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런 제주 지명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선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어 지명에는 고대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고대 제주인'이 썼던 언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제주어라고 해서 제주도에서 발생한 언어가 아니다. 역사, 지리, 언어학적으로 친연관계에 있는 언어들과의 비교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제주어-트랜스 유라시아어(알타이어) 대조사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주제발표를 한 오창명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는 '제주도 오름 이름, 제대로 쓰고 있는가'를 화두로 던졌다.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지형도, 오름 지도에 더해 행정이 관리하는 '오름 현황'에도 잘못된 이름이 숱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오 교수는 "제대로 조사하거나 고증을 거치지 않고 써 버린 오름 이름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주도 오름 이름에 대해선 전문가에 의한 기초 조사를 철저히 한 다음에 고증을 거쳐 제대로 된 지명위원회 회의, 토론 등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 뒤에 새로운 이름을 지정해 고시하고 지형도, 오름 지도 등에도 바르게 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라일보와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5일 공동 주최한 제주 오름 지명 관련 토론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한동수 의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는 박찬식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과 홍기표 제주역사문화진흥원장,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 장봉길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장, 김정희 (사)물영아리오름습지해설사협회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임홍철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이 참여해 오름 지명 개선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오름 지명에 대한 공론의 장이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정민구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행정이나 의회의 역할이 있다면 함께 돕겠다"고 했다.

고대로 한라일보 편집국장도 인사말에 나서 "오름 지명에 대해선 전문가마다의 해석이 전혀 다르기도 하다"며 "합의점을 찾지 못해도 공론화해 보자는 게 이번 토론회의 취지다. 이 자리에서 나온 얘기들이 도정 정책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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