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이엘라도’를 운영하는 오시연 씨가 일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여행·느린 템포… 번아웃 극약처방"이주 8년 차… 수제 아이스크림 전문 카페 운영“제주 물가 비싸다는 인식 깨는 데 한몫하고파”
[한라일보] 제주시 용담동 서문시장 인근 가구점들이 즐비한 골목에 아담한 가게 하나가 들어서 있다. 수제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다. 전통시장 끝자락에 위치해 있지만 외관과 크기로 보아 왠지 서울 강남 압구정에 있을 법한 모양이다. 내부에 들어서니 제주 안에 또 다른 제주가 들어선 듯 바다와 자연이 담긴 사진과 그림들이 즐비하다. 사장님 역시 한여름 복장으로 손님을 반긴다.
커피와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이엘라도'는 서문시장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카페는 오시연(35) 씨가 운영한다. 시연 씨는 2017년 제주로 정착해 햇수로는 8년 차 이주민이다.
"제주를 가장 잘 나타내는 곳이 바다 아니면 오름, 제주시 동네나 골목 중에선 원도심이잖아요. 관광객들도 많이 찾고요. 관광객들에게 높은 퀄리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요. 제주 관광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한몫을 하고싶다는 뜻이죠. 실제로 제주에 착하고 좋은 가게가 많잖아요. 제주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을 깨고싶다는 거죠."
고향은 부산, 제주로 이주해 온 첫 정착지는 월정리였다. 부산에서도 커피를 다루고 카페를 운영하는 일을 했다. 유명세를 탄 대형 카페에서 경주마처럼 일을 해왔다. 한 번 몰입하면 흠뻑 빠져 일에 몰두하는 탓에 일에 열정을 다 태워버렸고, 번아웃도 금세 찾아왔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게 해 줄 '극약 처방'이 필요했다.
시연 씨는 "부산에서 카페 일을 시작하던 초반에 빠르게 매니저를 하게 됐어요. 한번 시작하면 열심히 해내는 성격이라, 인정도 일찍 받았고 일을 잘 한다는 평가도 많이 받아요. 그런데 매일 반복되는 일과 인간관계에 지쳐 번아웃이 왔어요"라고 회상했다.
거창한 극약 처방이라기보단 몸과 마음을 가볍고 유연하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터를 옮기기보다 여행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제주를 찾았다. 3개월만 있어보자, 하는 생각이 정착으로 이어졌다. 첫 정착지는 제주시 월정리였다. 일하던 매장도 마음에 들었지만, 제주의 자연, 여행, 느림 템포, 이들을 모두 담을 사진을 양껏 찍을 수 있다는 것. 지친 그에게 극약 처방이 되어 줬다.
시연 씨는 "제주에선 마음이 힘들거나 무거울 때 조금만 둘러보면 예쁜 자연이 있고, 마음을 달래줄 장소가 어디든 있잖아요. 제주도가 지치고 힘들었던 저에게 가장 필요하던 형태의 공간과 휴식이 되어줬던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정착으로 이어졌어요"라고 말했다.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은 환경을 아끼는 마음으로,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도 이어졌다. 그가 직접 개발한 아이스크림은 남녀노소 모두가 속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좋은 우유를, 친환경 재료를 사용한다. 빨대 역시 대나무 빨대를 사용한다.
공간 역시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손이 닿았다. 카페에 들어서면 또 다른 제주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포장 전문 가게임에도 가게 내부에 머물며 한숨을 돌리고 가는 손님들이 많다.
그녀는 특히 제주 물가가 비싸다는 인식과 여론을 개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계 삼겹살 등 소수의 사람들이 경험한 사례들이 전국적으로 이슈화되는 상황이 속상해요. 제주에도 착한 가게들이 많고, 정확하게 전국과 비교해보면 제주의 물가가 유별나게 비싸지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제주 이주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그는 "제주 이주를 생각할 때, 너무 큰 기대와 느린 삶을 동경하고 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확실한 건, 대도시만큼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편한 점은 어느 정도 감내를 해야 해요. 제주에 와서 뭘 할 건지, 콘셉트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생각을 전했다. <끝>
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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