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스탈린이 죽었다

[김정호의 문화광장] 스탈린이 죽었다
  • 입력 : 2025. 02.04(화) 03: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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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를 보면서 우리는 우스꽝스러움을 느끼나,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냉혹한 현실이다.

스탈린은 우리에게는 남북 분단과 6·25전쟁을 일으킨 배후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24년 레닌이 죽은 후에, 소비에트 러시아를 이끈 스탈린은 수백만 명을 굶어 죽게 하고 1800여만 명이 강제노동에 시달리게 했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 독재자다. 스탈린 시대 비밀경찰의 고문을 다룬 영화들은 고어 영화라고 할 정도로 잔인하다.

'스탈린이 죽었다!'(2017)는 프랑스의 그래픽 노블에 바탕을 둔 정치풍자 블랙 코미디 영화다. 스탈린의 죽음을 둘러싼 역사적 사건에 느슨하게 배경을 두고 있지만 실제 역사와는 다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감독은 영미권의 유명 배우들을 캐스팅하면서, 러시아어가 아닌, 영국과 미국의 각 지방 사투리를 배우들이 구사하게 해, 인물의 성격이나 지역색을 드러나게 하지만, 영어를 쓰지 않는 우리로서는 즐기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미국의 독립전쟁을 다룬 '패트리엇'(2000)에서 잔혹한 영국 장교를 연기한 영국 배우 제이슨 아이삭스가 마초적이면서 허풍이 있는 게오르기 주코프 육군 원수로 화려하게 등장해, 권력 쟁탈을 실행에 옮긴다. 1956년 권력을 잡으면서 스탈린 격하를 주도한 흐루쇼프 역에는 미국 배우 스티븐 부세미가 연기해, 권력장악의 두뇌 역할을 한다.

스탈린 치하에서 소련 공산당 간부들은 자신들도 언제 잡혀가서 처형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비밀경찰 내무인민위원부(NKVD)의 수장으로 스탈린의 권력 유지를 도우면서 개인의 탐욕을 추구한 베리야는 다른 공산당 간부들이 두려워하는 존재다.

1953년 스탈린이 급사하게 되자, 다른 공산당 간부들은 베리야가 후계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급조한 재판에서 베리야를 간첩 혐의, 미성년 성범죄 혐의로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한다. 영화는 권력구조가 안정된 이후에, 1964년에 흐루쇼프를 축출하고 서기장이 될 브레즈네프를 보여준다.

열렬한 공산주의자 차우셰스쿠도 1965년 루마니아의 정권을 장악한 후에, 1971년 중국과 북한을 방문하면서 개인숭배에 감명을 받고, 점차 독재자가 돼가다가 1989년 12월 크리스마스 날 부인과 함께 총살당한다. 이들의 총살 장면은 그때 당시 TV 뉴스에도 나와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무솔리니 처형 사진과 함께 독재자의 말로라는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2006)는 루마니아 혁명 16년 후 세 명의 남자가 TV 토론회에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블랙 코미디다.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1975)에서는 선거로 당선된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을 군부의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궁을 공격하고, 아옌데는 사살된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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