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애의 한라칼럼] 겨울을 지나 봄처럼: 문제와 생각 속에서 피어나는 여유

[우정애의 한라칼럼] 겨울을 지나 봄처럼: 문제와 생각 속에서 피어나는 여유
  • 입력 : 2025. 02.04(화) 05: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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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긴 겨울이 지나고 자연이 깨어나듯, 우리 삶에도 변화의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 순간들은 때로는 반가운 봄바람 같지만, 때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봄의 작은 꽃망울이 겨울의 매서움을 견디며 피어나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피워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변화를 기쁜 마음으로만 맞이하기는 어렵다. 때로는 앞에 닥친 문제들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그에 얽매인 생각들은 점점 더 복잡해져 해결책을 찾기 어렵게 만든다. 마치 겨우내 얼어붙은 땅이 쉽게 녹지 않듯, 우리 마음도 쉽게 풀리지 않을 때가 있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조급함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때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자연이 보여주는 지혜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자연은 때를 기다리며 스스로 회복한다. 꽃이 피는 데 조바심을 내지 않고 적절한 순간에 봉오리를 틔우듯, 우리도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관망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내려놓고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능성이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여유가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고, 결국 더 나은 선택과 해결책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는 심리적 거리두기는 때때로 자기보호전략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성을 기르거나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건강한 거리두기는 오히려 관계를 개선할 수 있어 갈등상황에서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중독'의 저자 Nick Trenton에 의하면 과도한 생각, 즉 생각 과잉은 아무런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주장한다.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여러 가능성을 분석하고 재고하는 틀에 갇힐 뿐, 마치 가려운 곳을 아무리 긁어도 그 순간만 시원할 뿐,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는 생각은 장애물이 아니지만 우리의 뇌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이러한 생각 과잉에 익숙해져 있을 수도 있다.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과 모든 선택이 최선이어야 한다는 부담이 우리를 생각의 미로 속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지나친 고민은 우리의 시야를 좁히고, 문제를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기 위한 관망의 자세는 필사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매달리는 것보다 더 큰 해결책일 수 있다. 문제와 일정한 거리를 두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관망은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준다. 자연이 그 자체로 존재하며 순리에 따라 변화하듯, 우리도 그러한 태도를 배울 필요가 있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우리도 기다림과 여유 속에서 삶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정애 제주한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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