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다. 사업가 기질을 앞세운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 '미국 퍼스트'를 내세우며 미국의 황금시대 개막을 선언하였다. 무역 관세는 올리고 불법 이민자는 추방하면서 자국민 옹호의 깃발을 높이 들었고,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WHO)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국제사회의 통상 리더로서 가졌던 선진 대국의 면모와 도덕적 책임은 내버렸다. 오로지 더 큰 미국, 더 강한 아메리칸 제국의 재건만을 위해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공식 행보를 취임식에 시작한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세계 각국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경제계는 숨죽이며 긴장했다. 4년 만에 귀환한 지구촌의 무법자, 이제 그는 어디를 향할 것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 정치 외교 국방 경제 등 모든 영역이 그의 영향권에 있을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우리는 어떤 대책을 고민해야 하는가. 누가 그 책임을 지고 나갈 것인가.
우리는 암흑 속에 있다. 온 국민이 목도한 사상 초유의 사건들, 통수권자의 잘못된 판단과 신중치 못한 행동으로 순식간에 국가 대혼란의 시대가 왔다. 무력 동원으로 입법부를 봉쇄하고 일반인이 폭도로 돌변하여 사법부를 점거하는 국가 존폐 위기의 상황, 목전에 벌어지는 극단적이고 난폭한 행위들이 정말 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는가.
우리는 한국전쟁의 폐해를 딛고 선진국의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성장했다. 일제의 식민 찬탈에 40년을 항거하며 국권을 되찾았고 인권 유린의 군부독재와 맞서 자유를 쟁취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면서 음악, 영화,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세계가 인정하는 K-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오늘의 성과는 대한민국에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있어서가 아니다. 국가적 위기에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긴 다수의 민초들, 그들이 생업을 내버리고 목숨을 담보하여 지켜온 자유민주주의가 국가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그가 예측불허의 트럼프와 만나면 과연 어떤 일이 만들어질 것인가. 세계적 관심과 우려가 트럼프 시대 미국을 향하고 있는데 우리는 내란과 폭동이 뒤엉겨 국민이 양분되고 진영 갈등마저 최고 수위로 치닫는 비정상에 갇혀있다. 초일류기업 삼성전자마저 위기론이 부상하고 대기업도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 리스크를 돌파하고 있는 요즘, 지역마다 문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대형 건설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있지 않던가. 코로나보다 먹고사는 게 더 힘들다며 마른행주도 쥐어짜야 한다는 서민들의 결연한 의지만이 불안정한 시국을 대변할 뿐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흐른다. 어느새 2월이 왔다. 국가적 혼돈 속에 심신이 무거워도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 과거로 퇴행하는 시국에서 하루빨리 탈출해야 한다. 그래야 봄이 온다. 지리한 겨울이 간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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