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눈이 쌓인 곶자왈과 봄의 전령

[송관필의 한라칼럼] 눈이 쌓인 곶자왈과 봄의 전령
  • 입력 : 2025. 02.18(화) 03: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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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올해 2월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해안가에는 수선화가, 산속에는 복수초가 피기 시작할 시기가 왔다. 하지만 복수초가 많이 피는 교래 곶자왈은 2월 초에 내린 눈으로 지금도 군데군데 눈이 쌓여있다. 예년보다 낮은 온도가 월말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동부와 일본의 홋카이도는 눈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열대지역인 대만에서는 추위가 닥쳐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예년 같으면 2월 중순부터는 봄의 전령인 복수초, 새끼노루귀 등이 꽃이 피어나기 시작해야 하지만 아직 전령은 오지 않았다. 봄의 꽃은 향기는 없지만 크고 뚜렷한 단색의 꽃을 피워 갓 겨울을 지나 움직이기 시작하는 벌이나 파리, 개미 등 꽃가루받이 곤충을 유인한다. 하지만 지금의 변화는 우리의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사리장마가 올까? 제주에는 고사리장마라는 기간이 있는데 고사리가 한창 올라오고 있다는 신호로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순에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된다. 언제쯤 올까? 아니면 2월의 눈과 같이 긴 장마가 올까? 궁금하다. 봄철 이상기후의 발현으로 가장 피해가 큰 것은 그 시기에 꽃이 피고 수정해 열매를 맺는 식물들 중 일년초 식물들이다. 그해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지 못하면 씨를 떨어뜨리지 못하고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상기후의 지속적인 발생은 일년초를 식량자원으로 하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즉 식물의 꽃가루받이가 되지 않으면 식량자원이나 농작물의 결실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최후에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곡식이 줄어들게 된다. 이후 전 세계에서 '식량난'이라는 큰 고비를 넘겨야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로선 비축해 둔 양식도 있고, 식량을 수입한다 하지만, 이상기후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굶어 죽어가는 이들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기상이변이 더욱 심해져 가고 사람들이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세계의 일부는 전쟁으로 황폐해 지고있다. 다른 한쪽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사회는 정치의 무능함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경험하지 못한 재해에 대한 예보나 대응 관련 설계는 늦어지고 있다.

우리의 조상들은 항상 자연과 함께 살았다. 봄철에는 봄나물, 여름과 가을철에는 직접 가꾼 곡식, 겨울은 일 년 내내 모아둔 곡식을 먹고 살아가며 자연을 존중하고 순응했던 것이다.

이러한 선조의 지혜는 지금의 현대과학만이 진리가 아님을 알려주고 어떻게 자연과 조화롭고, 어울려 살아갈지 가르쳐 주는 교재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커다란 기후변화 앞에서 어떠한 재난이 덮칠지 모르는 시기에 살고 있다. 모두가 자연과의 공존에 대한 성찰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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