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437회 임시회 도정질문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한라일보] 내년 7월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이 안갯 속을 걷고 있다. 탄핵 정국에 멈춰선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은 오는 6월 또다시 중대한 변곡점을 맞는다. 만약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이 차기 정부 공약으로 채택되면 희망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내년 도입은 사실상 무산된다.
▶멈춰선 행정체제개편=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은 광역단체만 있는 현행 체제에서 3개의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를 추가 도입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다. 앞서 2006년 7월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광역자치단체만 있는 단층제로 행정 체제를 개편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4개 시군(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을 폐지하고, 법인격이 없는 행정시를 뒀다.
오영훈 지사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풀뿌리 민주주의 약화, 제주시와 서귀포시간 불균형 심화, 도지사에 대한 권력 집중, 행정시 무용론 등의 부작용이 커지자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설치하는 행정체제개편을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해왔다. 목표대로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이 내년 7월부터 도입되면 도민들은 행정시장과 함께 기초의회 의원을 직접 선출하게 된다.
관건은 주민투표다. 제주도는 주민투표 결과 찬성 의견이 많은면 계획대로 행정체제개편을 추진하고, 반대 의견이 많으면 포기하려 했다. 문제는 권한을 쥔 행정안전부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법상 주민투표는 행안부장관 '요구'로 실시된다. 행안부는 제주도가 지난해 7월 주민투표를 건의했을 땐 수개월째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11월 연내 투표'가 무산됐고, 엎친데덮친격으로 그해 12월에는 비상계엄 사태로 장관이 중도 사퇴하면서 논의가 아예 멈춰서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행정체제개편 용역을 맡았던 한국지방자치학회장까지 내년 도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2030년 연기'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 지사는 차기 정부가 의지를 보인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내년 도입 목표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선 공약 채택 불발시 무산=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일을 포함해 선거 60일 전에는 주민투표가 금지되기 때문에 행정체제개편 논의는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나 재개할 수 있다. 도는 내년 도입을 위해 각 정당 대선 공약에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이 채택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새로 출범하는 행안부와 논의하는 것보다는 대통령 공약으로 채택돼야 불확실성과 물리적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차기 정부가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을 대선 공약으로 삼아 주민 투표를 요구한다면 행안부장관 임명 절차를 고려할 때 이르면 올해 10월쯤 투표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법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주민투표는 실시 요구일로부터 60일이 지나서야 할 수 있도록 법정 시한을 두고 있다.
반대로 대선 공약에 반영되지 않으면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내년 도입은 물리적 시간에 가로막혀 물건너간다. 7일 도정질문에서 오영훈 지사가 제주도의원선거구 획정위를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오는 6월쯤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처음 구성 시기를 언급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특별법상 획정위는 광역도의원 정수와 선거구 조정에만 관여할 수 있어, 도는 행정체제개편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의원 정수까지 논의할 수 없다며 구성을 미뤄왔다.
오 지사는 "지방자치는 지방에 의해 스스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초자치단체의 새로운 도입은 시대 상황에 부합해, 차기 정부도 긍정적으로 볼 것이기 때문에 (행정체제개편이) 선거 공약을 통해 가시화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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