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일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어떤 사람은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약삭빠르고 비굴한 사람도 있고, 베푸는 삶으로 존경을 받는 사람도 있다.
요즘 며칠간 김장하 선생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접하면서 나도 조금이나마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탄핵심판문을 낭독하던 문형배 재판관이 유난히 조심스럽고 겸손해 보이는 인상을 받았다. 그 위치까지 올라갔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참 단정하고 겸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떤 분인가 궁금해서 찾아보다 그에게 영향을 준 인물로 김장하 선생님이 언급된 걸 알게 됐다.
'김장하? 처음 듣는 이름인데' 하며 검색을 해봤더니, 수많은 미담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도 보게 됐다. 어떤 분이기에 한 사람의 인생에 그렇게 깊은 영향을 줄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왜소한 체구에 거북목으로 천천히 거리를 걷는 노인의 모습은 애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알고 보니 평생을 나눔으로 살아온 분이라는 사실에 내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말이 아니라 삶으로 귀감이 되는 분이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급, 학교 설립 후 기부, 문화사업 후원, 인권운동 후원 등 사회를 위한 행보를 묵묵히 이어오셨다고 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항상 맨 끝자리에 서신다는 점이다. 본인이 중심에 있어야 할 상황에서도 늘 끝자리에 선다. 정치인들이 양로원이나 보육원에서 선물박스를 쌓아 놓고 찍는 기념촬영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구석에 서서도 겸연쩍은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청함을 받았을 때 상석에 앉지 말라'는 성경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겸손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진다.
요즘은 600억원대 은행 공금 횡령, 자기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아파트 분양 사기 등 사람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이런 세상 속에서 김장하 선생님 같은 분이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게 느껴진다. 직장인이든, 자영업자든, 조직을 이끄는 자리든 늘 유혹은 따라오게 된다. 그 유혹을 이기기 위해선 결국 마음가짐이 바로 서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도 김장하 선생님의 삶을 떠올리며 내 마음가짐을 점검하게 된다.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추는 태도를 되새기게 된다.
얼마 전 한 팀장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팀원 중 한 명이 일을 정말 열심히는 하지만 늘 자기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말로 떠든다는 것이다. '이 정도 일 했으면 회사가 나한테 이만큼은 해줘야 하지 않냐'는 식이다. 실력은 되지만 겸손이 아쉬워서 참 안타깝다고 했다. 결국 겸손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유동형 펀펀잡(진로·취업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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