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셀프 부과·납부' 희한한 지하수 대금 '논란'

제주도가 '셀프 부과·납부' 희한한 지하수 대금 '논란'
개정 조례 따라 공공 개발 농업 지하수도 납부 의무
道, "특별법 따라 개발 허가 받은 농업부서가 내야"
도 의회 "조례 개정 취지에 어긋나" 예산 매번 삭감

  • 입력 : 2025. 04.28(월) 18:42  수정 : 2025. 04. 29(화) 20:58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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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도가 이른바 '셀프' 부과·납부하는 공공 농업용 지하수 관정 원수대금을 놓고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의회는 제주도가 농민처럼 농업용 지하수를 쓰는 실 사용자가 아닌데도 납부 비용을 예산으로 잡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계속 삭감하고, 제주도는 뚜렷한 대안 없이 속앓이만 하고 있다.

28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제주시, 서귀포시가 각각 설치한 공공 농업용 지하수 관정은 모두 906개다. 사설 지하수 관정은 실 수요자와 개발 허가를 받은 자가 서로 일치하지만, 공공용 관정은 그렇지 않다. 공공 농업용 지하수는 제주도와 양 행정시가 실수요자인 농민을 위해 관정을 뚫어 공급하는 것이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지하수 원수대금은 허가를 얻은 관정 개발업자가 납부해야 한다. 다만 제주도는 그동안 조례의 예외 규정를 이용해 공공이 허가하고 개발한 '공공 농업용 지하수'에 대해선 원수 대금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022년 지하수 관리 조례가 개정되며 공공 농업용 지하수에 대해서도 요금 납부 규정이 생겼다.

기존 조례는 공공 농업용 지하수에 대해선 100% 감면하도록 했지만, 개정 조례는 감면 폭을 50%로 축소했다. 개정 조례는 유예 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논란의 셀프 부과는 이 때부터 시작됐다. 지하수 부서가 공공 농업용 관정을 개발한 농업부서에 원수대금을 청구하면, 해당 농업부서는 이 대금을 납부하려 세출 예산에 편성했다.

어차피 공공 농업용 원수대금은 큰 틀에선 도 재정에서 꺼내 쓰고, 다시 도 재정에 채워넣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제 들어오고 나가는 돈은 없지만, 제주도는 법과 조례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는 이유로는 이런 식으로 세입·세출 예산을 편성했다

반면 예산을 심의하는 의회는 제주도가 조례 개정 본질에서 벗어나 행정 편의대로 일 처리를 하고 있다며 예산을 계속 삭감했다. 의회는 지난해 말 본예산에 편성된 공공 농업용 지하수 원수대금 예산을 삭감한 데 이어 올해 1회 추경에 편성된 8억6000여만원도 모조리 잘랐다.

의회 관계자는 "2022년 조례를 개정한 목적은 실 수요자인 농민들에게 공공 농업용 지하수 비용을 받으라는 것이었다"며 "세상에 어느 공공기관이 공공요금을 스스로 부과하고 납부하느냐"고 지적했다.

예산이 번번이 삭감되며 농업부서는 체납 상태에 빠지고, 서류상 제주도 세입 재정도 펑크(결손)났다. 농업 부서는 기한 내에 비용을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산금도 내야한다.

제주도도 '당시 조례 개정 목적이 실 수요자인 농민에게 공공 농업용 지하수 비용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란 의회의 지적엔 공감했지만, 현재로선 징수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당분간 셀프 부과·납부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농민에게 부과하려면 각 농가별로 지하수를 얼만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량기가 있어야 하는데, 이 계량기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계량기 설치가 필요한 농가가 정확히 몇 곳인지를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내년에 실시할 계획"이라며 "다만 농민에 대한 징수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농정부서에 비용을 부과하지 않으면 법 위반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의 예산 편성 방식은 유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조례 개정은 2022년이고, 시행까지 2년간의 유예 기간이 있었는데도 왜 이제서야 전수조사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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