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형마트 납품업체 직원 채용 간섭 '갑질'

제주 대형마트 납품업체 직원 채용 간섭 '갑질'
[긴급진단]대형마트 갑질 이대로 좋은가(상) 일할 권리마저 박탈
마트 내 매장 휴무대체 인력 채용과정서 "고용하지 말라"
협력업체 "우린 '을' 거절 못해"… 피해자 "마트 횡포"
C마트 측 "잘못 시정하겠다… 회사 차원 관여는 아니"
  • 입력 : 2018. 05.21(월) 18:04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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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가 채용하지 말라고 하면 저희는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린 '을'이니까요" (마트 협력업체)

"마트와 근로계약을 맺는 것도 아니고, 마트가 제게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마트 의사에 따라 채용 여부가 좌지우지돼야 하는 건가요?" (마트 협력업체 직원)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C대형마트의 제주지역 점포가 협력(납품)업체 직원 채용에까지 관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 '입김'에 눌린 협력업체는 근로자를 채용하고 싶어도 고용하지 못하고, 취업 희망자는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A(53·여)씨는 C마트 신제주점에 입점한 한 숙녀화 매장에서 3년 4개월간 매니저(매장 관리자)로 일하다 지난해 말 근로계약이 만료해 퇴사했다.

 A씨는 현재 매장을 옮겨 C마트에 입점한 또 다른 협력업체에서 판매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 때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근무 시간과 임금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A씨는 '상시 직원'(일하는 시간과 휴무일이 고정적인 근로자)이 쉬는 날에만 일하는 휴무대체 인력이다.

 C마트는 오전 10시에 개장해 오후 11시에 폐장하는 데, 협력업체 매장도 통상 이 시간까지 영업한다. 마트가 빡빡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상시 직원의 휴무를 보장하려 A씨와 같은 대체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A씨는 1주일에 많으면 3일, 적으면 하루 정도 일했다. A씨는 "한달 임금은 많아야 50만원 정도였다"며 "이 돈으론 살림살이가 어려워 마트 내 다른 매장에서도 일하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올해 3월 A씨의 수완을 알아본 또 다른 협력업체가 A씨를 채용하려 했다. 하지만 채용은 무산됐다. 마트 측이 협력업체에 A씨를 고용하지 말라고 종용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처럼 협력업체 의사와 다르게 자신의 채용이 거부된 사례가 3월 2차례, 5월 1차례 등 모두 3차례라고 말했다. 이 중에는 협력업체에서 일하기로 합의까지 마쳐 놓고 마트 측의 개입 때문에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

A씨는 "협력업체에 물어보면 한결같이 마트 측이 저에 대한 채용을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며 "마트 측의 횡포"라고 억울해 했다.

 마트 내 공간을 빌려 물건을 파는 협력업체에겐 마트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한 협력업체는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은 뿐"이라면서도 "하지만 일을 잘해도 마트 측이 특정인을 콕 집어 고용하지 말라고 하면 별 도리가 없다. 혹시나 거절했다가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줄까봐 두렵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협력업체는 "임금은 우리가 주는 데 왜 마트에서 직원 채용에 이래저라 저래라하는 지 모르겠다. 채용에 관여하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보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C마트 측은 A씨 말고도 다른 협력업체 근무 희망자에 대해서도 과거 모 매장 직원과 말다툼을 했다는 이유로 채용되지 않게 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C마트는 취재가 시작되자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론 이런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차원의 관여는 아니었으며 관리직원이 여러 매장에서 동일 인물이 일하면 협력업체끼리 곤란한 상황에 놓일까봐 우려스러운 의견을 전달한 정도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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