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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압록강·두만강을 가다] (10)압록강 르포
장장 2000리 국경의 강… 단절 넘어 공존·변화 움직임
이윤형 선임 기자 yhlee@ihalla.com
입력 : 2018. 10.23.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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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흐르는 압록강 너머로 북녘땅 농촌마을이 보인다. 깎아지른 산비탈까지 뙈기밭으로 일군 모습을 볼수 있다.

압록강 한과 눈물·서러움 그 자체
혜산시 고층건물 신축 등 개발 붐


국경의 강은 막힘이 없다. 북한과 중국의 경계, 국경을 이루는 압록강은 예나 지금이나 거침없이 흐른다. 경계선, 국경선은 단절이나 차단, 분리 등을 의미한다. 때로는 갈등과 긴장, 분쟁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에는 국경이 없다. 정치적, 물리적으로는 한반도와 만주벌판을 갈라놓을지라도 강물에 무슨 국경이 있겠는가. 그 강을 무대로 한민족의 역사가 이어졌고, 오늘날엔 북한과 중국, 그리고 조선족의 삶도 이어진다. 압록강변을 따라가다 마주하는 국경의 도시나 마을에서 민족의 동질성이나 유대감 같은 것이 묻어나는 것도 이래서일 것이다.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음을 느낀다.

탐사단의 압록강 답사는 지난 8월 26일 림강시에서 시작됐다. 길림성 동남부 압록강 변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의 도시다. 림강이란 이름은 압록강 변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지난 2014년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30개 현에 선정됐다. 림강시도 압록강을 건너 조선족들이 많이 이주해서 개척한 곳이다. 1905년에 조선족들이 장백, 림강, 집안 등지로 이주한 수는 8700여 호에 3만940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압록강을 사이로 임강시를 마주하고 있는 북녘땅은 증강진군, 김형직군, 자성군이다. 강 너비는 100여m 정도다. 강물은 며칠 전 내린 비로 물살이 빠르다. 조선시대 문인 강희맹이 '압록강 가을 물은 쪽빛보다 더 진하네'라고 했지만 아쉽게도 임강시 근처의 물빛은 탁류에 가깝다.

압록강을 경계로 오른쪽은 고층건물이 들어선 북한 혜산시, 왼쪽은 강변을 따라 공원 산책로를 조성한 중국 장백현이다.

압록강이란 이름은 '신당서'에 '오리 머리처럼 물빛이 푸르다하여 압록수(鴨綠水)로 불린다'는 기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오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보기도 한다. 즉 우리말의 '아리수'에서 왔다고도 한다. 광개토왕릉비에도 '아리수'(阿利水)라 표기가 돼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도 아리수의 '아리'가 '압록'이라고 씌여있다.

압록강의 발원지는 백두산 최고봉인 장군봉 남쪽 해발 2140m에 있는 천지에 시원을 둔 샘에서부터 첫 흐름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보다 아래쪽으로 보기도 한다. 조선족작가 류연산은 장편기행문 '혈연의 강들'(2015, 연변인민출판사)에서 해발 약 1770m 지점에서 발원한다고 했다. 발원지에서부터 800여㎞를 흘러 서해에 다다른다. 장장 2000리에 이르는 강은 한과 눈물, 서러움 그 자체다. 일제강점기 국경을 건너야했던 조선족들에게는 마지막 관문이었다.

중국 림강시에서 탐사단이 압록강 답사에 앞서 제주 4·3 70주년 제주방문의 해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탐사단은 림강에서부터 압록강 상류에 위치한 장백조선족자치현까지 압록강 물줄기를 따라갔다. 약 250㎞에 이르는 여정이다. 8월말 압록강변의 풍경은 평화로웠다. 강을 무대로 북한 주민들은 목욕, 빨래를 하고 물고기를 잡는 등 일상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의 풍경은 달랐다. 북한쪽은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경작하기 위해 뙈기밭을 일구다보니 민둥산이 많았다. 뙈기밭엔 옥수수나 감자 등을 심는다. 압록강변의 풍부한 임산자원은 일제강점기에는 러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에 의해 마구 베어졌다. 목재를 벌채한 수익금으로 전쟁비용을 충당할 정도였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벌목과 뙈기밭 개간으로 아름드리 산은 점점 황폐해져 갔다.

그런데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탐사단이 도착한 장백현 맞은편의 북한 혜산시에는 '산림애호' 간판이 큼지막하게 서 있다. 뙈기밭도 많이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인구 약 20만 명의 혜산시는 평균 고도가 해발 700m에 이르는 백두산 산록에 자리하고 있다. 중국쪽과는 강폭이 20여m에 불과하다. 북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깝다. 강을 건너기 용이한 이점 등으로 인해 북한과의 교류와 밀무역도 성행한다. 북한 경제가 개방을 추구하면서 장백현에서 북한과 교역하는 사람도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혜산시는 북한이 지정한 경제특구의 하나다.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는 등 개발붐이 한창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압록강변 국경도시뿐만 아니라 두만강 접경지에서도 느낄 수 있다.

국경의 강은 더 이상 경계와 단절, 분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남북한과 중국 등이 조선족 사회를 포함 앞으로도 경제협력을 포함한 교류와 공존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특별취재팀

[전문가 리포트]북한의 숲… 벌목 등으로 산림 황폐화 심각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산림복구 전투성과를 더욱 확대하면서 이미 조성된 산림에 대한 보호 관리를 잘하는 것과 함께 도로의 기술 상태를 개선하고 강, 하천 정리를 정상화하며 환경보호사업을 과학적으로, 책임적으로 하여야 합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신년사의 한 구절이다.

사실 북한은 해마다 최고지도자의 신년사를 통해 산림의 중요성을 반복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오늘날 압록강, 두만강 등 국경지역에서 보는 것처럼 산림이 황폐해지고 있으며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보전감시센터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511종의 양서류, 조류, 포유류와 파충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다른 나라에는 없는 고유종은 3.3%이고, 6.8%는 위협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관속식물은 최소한 2898종이 있는데 그 중 3.7%가 고유종이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볼 때 종 다양성이 높아 보호해야할 곳이 많다.

혜산시 압록강변에서 놀고 있는 북한 청소년과 주민들 모습.

산림통계를 제공하는 몽가베이닷컴에 따르면 북한의 51.4%(약 618만7000㏊)가 산림이다. 이 중 13.8%(약 85만2000㏊)가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다는 1차림 즉, 천연림으로 분류된다. 전국토의 약 7%에 해당한다.

그런데 1990년과 2005년 사이 산림면적이 약 200만㏊, 24.6%를 잃었다. 820만㏊에서 618만7000㏊로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천연림은 27만㏊나 줄었다. 숲과 산림 지역의 변화, 순 경작지의 팽창을 변수로 정의하는 총 서식지 전환 비율은 24.6%에 달했는데 이는 그만큼 천연 서식지가 사라져 버렸다는 뜻이다.

벌목된 나무들이 강변에 쌓여있다.

북한은 환경보호사업을 과학적으로 책임적으로 하도록 독려하지만 압록강 곳곳에서 뗏목으로 흘러갈 원목들이 보였다. 이렇게 산림이 빡빡 깎이고, 울창해야할 산에는 푸석푸석한 다락밭에서 날리는 먼지만 보인다. 저런 큰 통나무들, 적어도 100년생은 넘어 보이는 나무들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다소 오래된 통계이긴 하지만 2005년도 북한은 산업용 1725㎥, 장작 등 연료용 6967㎥에 달하는 목재를 벌채했다. 이것은 북한의 숲에 자라고 있는 목재의 2%를 해마다 잘라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산업용이 8억1500만 달러, 연료용이 3억2900만 달러, 총 11억4400만 달러에 달한다. 북한으로서는 달콤한 수입일 수 있는 것이다.

북한에서 생산하고 있는 원목들은 어떤 나무들인가. 대표적인 것이 잎갈나무다. 북한에서는 좀이깔나무, 중국에서는 만주이깔나무, 장백이깔나무로 부른다. 물에 잘 견뎌서 토목공사에 많이 쓰인다. 전신주는 거의 대부분 이 나무로 만든다고 보면 된다. 갱목, 철도침목, 선박재, 건축재, 기구재로 쓰인다. 산간에서는 이 나무로 지붕에 얹는 기와를 만들기도 하고, 공업용 또는 약용송진을 채취한다. 장작 숯으로도 쓰이고 가로수로도 널리 심는다. 이처럼 경제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이 나무에 대한 조림기술이 잘 갖추어져 있다.

백두산 북사면에서도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면서 쓰임새도 다양한 나무는 단연 이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로도 전나무, 종비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등의 침엽수들, 낙엽수로는 사시나무. 황철나무, 피나무 등이 많다. 그래도 압록강의 뗏목 대부분은 잎갈나무로 보면 될 것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벌목을 하고, 다락밭을 만들어 온 결과 너무나 황폐해져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심지어 '환경붕괴'라는 말까지 쓰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자연은 자연에 맡겼을 경우 스스로 회복하게 되는데 그럴 수조차 없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자연의 기능이 완전 정지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 압록강에서 보는 것처럼 북한의 농지는 침식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너무 경사가 급한 곳에 농토를 조성한 결과 비바람으로 흙은 다 날리거나 쓸려가고 돌멩이만 남아 있다. 그러니 토양 유기물은 거의 없어지고, 산성화만 극심하게 진행되어 작물이 자라지 않는다. 더구나 북한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 감자, 콩 등 1년생 작물을 심기 때문에 토양침식이 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청산녹수가 금산은산이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산림보호는 물론 산림녹화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거의 대부분의 산림을 출입제한 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북한도 하루빨리 정책을 전환해야할 것이다. 다락밭이나 헐벗은 산은 조림을 서둘러야 한다. 이 지역의 자생식물 중 사방능력이 뛰어난 오니나무 종류들, 양봉에도 한 몫 할 수 있는 아카시나무가 후보 종들이다. 일년생 작물에서 다년생 작물로 농업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밤나무, 호두나무 같은 유실수를 심는 게 유리하다. 중국 연변지역의 사과배 과수원, 중국측 압록강변의 유실수 식재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조림지원에만 집중 지원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민간단체로 하여금 북한의 숲 가꾸기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과 동참한다면 일년생 작물에서 얻는 소득보다 훨씬 효과적인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압록강을 경계로 오른쪽은 고층건물이 들어선 북한 혜산시, 왼쪽은 강변을 따라 공원 산책로를 조성한 중국 장백현이다(사진 위). 중국 림강시에서 탐사단이 압록강 답사에 앞서 제주 4·3 70주년 제주방문의 해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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