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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호의 구라오(古老)한 대국
[심규호의 구라오(古老)한 대국] (10)예악과 삼례(三禮)
장유·적서 따라 관직 구분… 주나라 예악 봉건제와 밀접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5.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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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禮는 시示와 례豊을 결합시킨 회의자會意字이다. 갑골문에 보이는 '시'자는 제사에 사용하는 탁자 위에 희생물을 올려놓은 형태를 본뜬 글자이다. '례' 역시 제사에 쓰는 기물이다. 시를 부수로 삼는 글자, 예를 들어 종宗·신神·사祀·기祈·복福·도禱, 제祭·상祥·축祝 등은 모두 제사와 관련이 있다. 악樂은 갑골문에 나오는 상형자로 나무를 받침으로 한 현악기를 본 뜬 글자이다. 음악이 희열을 주니 즐거울 '락樂'이 되고, 자연스레 끌리게 되니 좋아할 '요樂'가 된다.

상商나라는 만물숭배가 성행했다. 산하, 일월성신, 지신 등 자연신은 물론이고 조상신도 경배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모든 신의 꼭대기에 모든 것을 주재하는 신 '제帝'가 있다.

갑골문 예악지방(禮樂之邦).

일원다신一元多神인 셈이다. 점복占卜을 좋아했던 상인商人들은 매사를 천신天神, 지지地祗, 인귀人鬼에게 물어보고 이를 기록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갑골문이다. 점복을 통해 '제'의 명을 받는 천자는 점복을 책임지는 무巫와 사史를 두고 천하를 다스렸다. 당연히 제사의식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나름의 의식과 더불어 접신의 춤과 노래가 함께 했다. 예악은 바로 이런 무술巫術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예악은 종법제 등의 토대
예에 관한 주요 경전 삼례
주례·의례·예기로 구성


상을 대신한 주나라 역시 예악을 중시했다. 하지만 주는 상과 달리 천자가 천명을 받아 직접 다스리는 왕자王者의 나라였다. 신은 더 이상 주재할 수 없으며, 인격화된 천자로 대체되었다. 주재신主宰神에서 인격신人格神으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점복을 맡는 무사巫史가 아닌 태사와 태보 등 치국의 보좌진이 중요했다.

구족의 명칭과 복상 규정도인 구족오복(九族五服).

아울러 이전의 무술활동으로서 예악을 정치체제, 통치방식, 등급질서, 도덕규범으로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상서대전尙書大傳'(복생伏生의 '금문상서今文尙書'에 대한 해설서)에 따르면, 주공이 섭정攝政한 지 6년 만에 예악을 완성했다(制禮作樂)고 하는데, 과연 그러한지는 알 수 없으되 그가 봉건제와 종법제도를 설계했다면 당연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종법제와 봉건제의 토대가 바로 '예악'이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사회는 천자부터 하위 귀족인 사士 및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거대한 가족이었다. 혈연에 따른 가족은 남녀로 구분되어 혼인으로 연결되고, 항렬에 따라 장유長幼로 구분되어 서열이 확립되며, 친소원근親疏遠近에 따라 사돈에 팔촌까지 펼쳐지고, 적서嫡庶에 따라 분명한 차별이 존재한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로 장유와 적서에 따라 분봉이 이루어지고, 등급과 관직이 구분된다.

후한(後漢) 정현(鄭玄)의 '주례주(周禮注)'.

이것이 바로 봉건제이자 종법제이다. 천하의 모든 신민은 천자를 정점으로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며 사해일가四海一家를 이룬다. 주나라의 예악제도는 이렇듯 종법제, 봉건제도와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예악, 특히 예에 관한 중요 경전은 삼례三禮, 즉 '주례周禮', '의례儀禮', '예기禮記'이다. 우선 '의례'는 공자가 편집하여 제자들에게 가르친 일종의 교과서로서 고대 의례를 집대성한 책이다. 전체 17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예기·예운禮運'편에서 공자는 관혼상제冠昏喪祭와 조빙향사朝聘鄕射 여덟 가지를 '예의 도리(禮之經)'라고 말했는데, '의례' 17편은 바로 이 여덟 가지를 언급한 것이다. 우리들에게 친숙한 관혼상제冠婚喪祭에 관한 예의는 물론이고, 귀족들의 상호 예방, 음주, 연회, 활쏘기, 천자 알현 등 다양한 예절과 의식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납채納采, 납길納吉, 납징納徵, 문명問名, 청기請期, 친영親迎 등 혼인 과정을 참고하려면 '사혼례士昏禮'를 보면 되고, 주나라 제후들이 천자를 알현할 때 정보를 알고 싶으면 '근례覲禮'를 보면 된다.

호북성 수주(隨州) 증후을(曾侯乙, 증나라 제후 을)의 묘에서 출토된 청동 편종.

'의례'에서 흥미로운 점은 상례나 제례에 관한 부분이 7개나 될 정도로 자세하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복은 참최斬衰, 제최齊衰, 대공大功, 소공小功, 시마 등 다섯 가지로 나누고, 기간 역시 3년, 2년, 1년, 3개월 등으로 구분했다. 임금, 부친,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신하, 자식, 아내의 복상이 참최 3년이다. 이렇듯 상례나 제례를 중시한 것은 조상과 자손이 만나는 중요한 예의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장남의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 역시 고대의 예에 따른 오랜 습속이다.

주례는 단순 예절서 아니
법체계 마련 안된 주나라
예는 곧 사회와 행정규범


'주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예절이나 규범에 관한 책이 아니다.

서주 시대의 각종 예기(禮器).

오히려 지금의 행정조직법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천지와 춘하추동 여섯 가지로 관직을 나누어 관제官制를 통해 치국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떤 조직이든 직분에 따른 본분과 직능에 따른 구분이 있어야만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다. 국가 조직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직 법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주나라 시절 예는 곧 사회규범이자 행정규범으로 등급과 질서를 나타내는 척도였다. '주례'에 나오는 관제는 천관총재(행정, 감독, 재정, 문화), 지관사도地官司徒(경제, 농수산부, 국세청) 춘관종백春官宗伯(제사, 예의제도), 하관사마夏官司馬(국방), 추관사구秋官司寇(형법, 감찰), 동관백공冬官百工(소실됨, 주로 토목, 건설) 등이다. 다만 과연 '주례'가 서주 시절의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아마도 주나라 말기 전국시대의 작품일 것이다.

'예기禮記'는 '의례'나 '주례'와 또 다르다. 논자들은 '예기'가 전국시대에서 서한西漢까지, 다시 말해 '예붕악괴禮崩樂壞'의 시대부터 '예악부흥'의 시대까지 일련의 예에 관한 논의들을 수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혼례昏禮', '빙의聘義', '상복소기喪服小記'처럼 고대 예의제도에 대한 설명도 있다. 하지만 '의례'에는 없는 '월령月令'(고대 월력月曆)', '악기樂記'등은 물론이고, 상당히 체계적이고 철리적인 논문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중용'과 '대학'이다. '대학'은 세 가지 강령과 팔조목八條目을 중심으로 사람이 배워야할 근본도리와 방법론 등을 설명하고 있으며, '중용'은 인간 내적인 도덕본성에 대한 자각과 성정의 표현과 절도에 대해 논구하고 있다. 이는 예의 본질과 도덕윤리를 핵심으로 하는 학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희는 두 편을 빼내 '논어', '맹자'와 더불어 사서四書로 엮었다.

예는 사람이 행하는 모든 행동의 준칙이니 "예는 행하는 것이다(禮, 履也)"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예기''내칙內則'에 나오는 부녀자의 도를 살펴보자.

증후을 묘 출토 모습.

며느리가 시부모를 섬기는데 자신의 부모를 섬기는 것과 같아야 한다. 며느리들은 첫닭이 울면 모두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하며 머리를 빗고 검은 비단으로 머리를 싸매며 쪽을 지어 비녀를 꽂고 옷을 입고 큰 띠를 허리에 매며……이리하여 부모 혹은 시부모에게 가서는 기운을 가라앉히고 목소리를 기쁘게 하며 입고 계신 옷이 춥거나 더운 것은 아닌지 혹여 아프거나 가려운 곳은 없는지 묻고 공손하게 긁어 드리거나 문질러 드리기도 한다. 부모가 출입하실 때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공손히 부축하여 드린다.

인용문에 나오는 며느리는 여자이고 자식이다. 예의 수혜자가 아니라 봉사자이다. 봉사의 모습이 거의 가사 노동자 수준이다.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를 다해야 한다. 그렇다면 부모는 자식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애로워야 한다. 엄격한 차별과 상명하달上命下達의 질서체계인 예악제도에 '인仁'을 넣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시한 공자가 주창한 말이다.

<심규호·제주국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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