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1)채석장-곶자왈 파괴의 또다른 이름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1)채석장-곶자왈 파괴의 또다른 이름
생태계보전 3등급 맹점 악용 곶자왈 서서히 잠식
  • 입력 : 2011. 09.21(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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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역인 북촌 일대 곶자왈 채석장 개발 모습. 중간에 있는 포크레인이 아주 작게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돌을 깨는 소음· 부수는 과정의 분진 등 생태계에 치명적
곶자왈 지역 채석 금지·개발행위 제한 등 강력 조치 절실

곶자왈에 들어서면 만나는 이름 중에서 낯설지 않은 것이 채석장이다. 채석장은 골프장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지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새 곶자왈의 상당부분을 잠식해 가는 채석장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지역의 경우 그 심각성이 도를 넘는 곳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동복과 북촌일대 밀집해 있는 채석장들이다.

1. 왜 곶자왈에서 채석을 하고 있는가?

경제적으로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곶자왈은 용암이 흐르면서 형성된 지역이고, 따라서 돌들이 많은 지역이다. 곶자왈 지역의 돌은 균열이 많아 다른 지역의 돌산처럼 폭파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없다. 포그레인으로 파내려 가기만 하면 되는 곳이 곶자왈이다. 또한 지형적으로 육지의 돌산들처럼 높이 올라가서 파내려 오는 형태가 아니라서 수월하기도 하다.

생태적으로 본다면 제주지역에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곳이 곶자왈이지만 채석의 경제성을 따지자면 곶자왈이 최적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곶자왈을 잃는 것은 제주도 차원에서는 큰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곶자왈을 보존함으로써 누리는 환경적 이익과 미래가치를 고려한다면 어렵더라도 곶자왈 이외의 지역에서 골재를 얻어야 한다.

2. 곶자왈 채석이 가능한 근거

곶자왈에는 등급이 매겨져 있다. 생태계보전등급 1등급에서 5등급까지 있다. 1등급지역은 100% 절대보존지역이다. 2등급은 제한된 시설만 가능하고 3등급부터는 개발이 가능한데, 전체 사업부지 중 70%는 원형보존해야 하고 나머지 30%는 개발할 수 있다. 4등급은 50%를 개발할 수 있다. 채석장은 대부분 3등급에 위치하고 있다. 그 이유는 4등급을 고르면 더 많이 개발할 수 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생태계보전등급은 높지만 경제성이 뛰어난 3등급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채석한 돌들을 부수는 크랏샤장. 돌을 부술 때 나는 굉음과 먼지가 주변 곶자왈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3. 채석장이 밀집하는 이유, 30%의 문제

제주 동부지역뿐 아니라 채석을 하는 곳을 가보면 채석장들이 밀집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미 채석을 끝낸 곳 근처에 또 다른 채석장이 들어서고, 그러면서 점차 채석장이 곶자왈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그 이유가 생태계보전등급 3등급 지역의 개발 제한의 맹점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업체가 곶자왈 지역 만평을 사거나 임대해 채석할 수 있는 면적은 3000 평이다. 나머지 7000평은 원형보존지역으로 묶여서 개발할 수 없다. 채석이 끝난 후 3000평은 복구가 이루어지는데 파여진 지형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식생이 나올 정도로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놓는 것이 복구가 끝난 것이다. 문제는 이 지역을 포함해서 다른 사업자가 1만평을 산다면 전에 개발하였던 3000평은 원형 보전지역에 포함되고 다시 새로운 3000평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면 전체적으로는 6000평이 개발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사업자를 바꾸어가며 개발을 한다면 3등급지역은 100% 개발 가능한 곳이 된다는 이야기다.

4. 채석장이 가져오는 문제들

겉으로 보이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곶자왈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곶자왈의 가치는 이미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있는 것이어서 부연할 필요가 없겠다.

그 외의 문제들에 대해서 짚어보면 소음문제를 들 수 있다. 곶자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소음으로 인해 서식에 큰 지장을 받는다. 큰 돌들을 포크레인으로 깨어내고 잘게 부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이를 나르는 거대한 트럭들의 굉음은 곶자왈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새들과 같은 경우 산란기에 닥치는 소음은 치명적이어서 더 이상 곶자왈이라는 터전에서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 생명들의 낙원인 곶자왈을 떠난다면 그 생명들이 깃들 곳은 사라지고 이로 인해 2차적인 생태계의 균형 상실의 문제가 도래한다. 또 다른 문제는 분진이다. 곶자왈에서 돌을 부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분진은 멀리서 볼 때 마치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트럭들이 다니는 길 주변은 모든 녹색들이 자취를 감추고 회색 빛으로 변해 버린다. 식물들이 질식할 지경이다. 분진은 다시 곶자왈 지역에 스며서 숨골을 막고 그래서 지하수의 통로가 차단된다.

▲곶자왈 지역 채석장 개발 후 복구한 모습. 깊게 파여진 지형을 그대로 놔둔 채 어린 나무를 심어 놓았다.

5. 채석장, 곶자왈 이외의 대안은 없는가?

삼다의 섬, 그 중에 하나가 돌이다. 왜 그 많다는 돌을 놓아두고 곶자왈을 파고들고 있는가? 대부분 채석장을 보면 마을공동 소유의 땅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몇 년 동안 채석을 하는 대가로 빌려주는 사람이나 마을에 돈을 준다. 곶자왈의 특성상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가만히 둔다면 이런 현상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곶자왈 이외에도 골재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많다. 다만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꼭 지켜야 할 곶자왈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골재에 비해 석분이 저렴한 것도 채석장을 부추기는 이유이다. 채석장에 의한 곶자왈 파괴를 막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도정과 도의회다. 곶자왈 지역의 채석을 엄격히 금하고 생태계보전등급 3등급 지역에 대한 개발행위제한을 강화하는 것이 채석장에 의해 무너지고 있는 곶자왈을 보존하는 우선책이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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