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5)해안 매립은 생명 매립이다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5)해안 매립은 생명 매립이다
생명을 막아선 콘크리트 벽
  • 입력 : 2011. 11.23(수)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탑동 방파제. 파도에 구조적 안전성이 문제가 되면서 추가 매립설이 나돌았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이 만들어진 이후, 개발의 신호탄은 탑동 매립이었다. 탑동의 몽돌해안을 묻으면서, 제주도민들은 기대와 두려움 둘 다를 느꼈을 것이다. 기대감은 해안을 매립하여 관광을 활성화하면 도민들의 삶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고, 반면 두려움은 바다를 메운다는 것에서 느끼는 감성적이고, 유전적인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제주사람들에게는 바다는 중요한 생존의 수단이었다. 땅이 척박하고, 바람이 많아 농사를 짓기에 너무나 어려운 곳이었기에, 제주사람들에게 바다가 없었다면 삶을 이어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제주사람들에게 깊이 새겨진 바다의 은혜를 저버리는 배은망덕이 매립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유전적으로 느꼈을 것이다.

1. 제주개발은 해안개발로 출발

제주는 화산섬이다. 제주 해안선 253km를 따라 절경이 아닌 곳이 없고, 제주사람의 삶이 녹아 흐르지 않는 곳이 없다. 검은 화산암이 꿈틀거리는가 하면, 주상절리가 우뚝 솟아 있기도 하고, 백옥색 모래해안이 곳곳에 숨어 있고, 몽돌이 펼쳐지는가 하면, 해녀들이 숨비소리가 이어진다. 제주사람들에게는 너무나 평범한 것이었지만, 다른 지역의 관광객들에게는 모든 아름답다는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의 자연이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이 해안이 개발의 최우선 표적이 되었다. 해안에 호텔과 펜션이 들어서고, 해안도로가 만들어지고, 개발을 바다로 잇는 매립이 진행되었다.

2. 제주바다의 본색

제주바다는 독특하다. 다른 어떤 곳의 바다와 비슷한 점이 없다. 제주는 화산활동으로 인하여 생긴 섬으로 해안선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바위는 제주바다를 매우 다른 바다로 만들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해안의 암석은 해조류가 착생하기에 매우 좋은 구조다. 바다 숲이 전 해안선을 따라서 울창하게 형성되었다. 그 후에는 이 바다 숲을 보금자리 삼아 수많은 어패류가 서식하게 되었다. 또한, 해안에서 용출하는 용천수는 바다 물과 만나면서, 다양한 염도를 띄게 되어, 염도에 맞는 동식물들이 각각 자리잡으면서, 다양성의 면에서 어느 바다도 따르지 못하는 우수성을 지녔다. 그 뿐만 아니라, 제주바다는 여러 해류들이 모여드는 곳으로 해류를 따라, 수많은 생물들이 이동하는 가장 풍요로운 바다다. 제주바다는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해안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매립설이 나왔던 내도 알작지 해안.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내도 알작지해안의 방파제. 파도의 충격이 강해져 파손되고 있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3. 가장 치명적인 조간대 매립

조간대는 물이 많이 들어올 때는 물에 잠기었다가, 물이 많이 빠지면 드러나는 해안지역을 일컫는다. 가장 다양한 생명들이 집합소다. 특히 물고기와 연체동물들이 산란처가 되는 중요한 곳이다. 큰 물고기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적당한 빛과 염도를 가지는 조간대는 바다생명들에게는 자궁과 같은 곳이다. 이런 조간대가 매립되어 사라진다면 제주의 바다는 생명없는 껍데기 바다로 바뀌는 것이다. 제주도에서 행해진 대규모 해안매립은 탑동해안 매립을 필두로, 도두, 이호, 모슬포 지역이 있다. 대부분 관광개발을 위해서 매립을 한 것이지만, 매립된 어떤 곳도 본래의 의도대로 매립의 이익이 지역에 돌아오는 곳이 없다. 대부분 매립된 후로 이용이 되지 않으면서 황량한 황무지로 남아 오히려 관광에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엇을 위한 매립이었는지 생각해보면 토건업체들의 땅장사에 소중한 제주바다를 내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4. 해안도로가 불러온 불행

작은 규모의 해안매립에는 해안도로가 한 몫을 했다. 해안도로도 역시 관광개발을 위한 것이었지만, 상당부분 필요하지 않은 곳도 매립이 되었다. 해안도로가 최초로 생기면서 마을에서 요구를 하면 행정에서는 만들어 줄 수 밖에 없었다. 표면적으로는 마을마다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라고 하지만, 들여다 보면 민선시대로 접어들면서 표를 의식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안도로를 만들면서 이미 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는 곳에 해안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누구의 땅도 아닌, 따라서 보상의 필요가 없는 공유수면 즉, 조간대를 매립하면서 해안도로가 만들어졌다. 해안도로가 들어선 주변의 땅값이 상승하였고, 그로 인해 주민들이 이익을 본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마을의 소중한 미래자산을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매립해 버린 곳이 많다. 해안도로가 들어서면서 조간대가 깨어지고, 소중한 역사문화적인 자원들이 사라졌다. 그 대표적인 예가, 환해장성과 포구다. 환해장성이 매립을 위한 골재로 이용되었고, 포구는 옛 모습을 잃었다. 또한 해안도로가 가로지르면서 연못으로 변해버린 조간대는 물이 썩으면서, 다시 매립되어 주차장이나 공터로 변했다. 해안도로는 장기적으로 이익을 주지 못하였다. 렌터카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해안도로는 드라이브 여행의 적지로 손꼽혔지만, 렌터카들이 지나면서 쓰레기만 남길 뿐, 여행객들이 지역에 소득을 남기는 것은 찾아 보기는 매우 어려웠다.

▲매립된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자가 바뀌면서 중국자본이 대형호텔 신축을 계획 중이다. 이 곳은 물고기의 산란에 중요한 장소였으나 매립 후 황량한 풍경만이 남았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5. 해안매립이 남기는 심각한 문제

해안매립은 단순히 매립지 자체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 주변 지역의 해류를 변화시키면서, 해빈이 사라지거나, 해수의 유통부진으로 주변 해역의 생태계 변화, 어획량 감소 등의 추가적인 문제를 유발시킨다. 해안도로의 경우에는 해안사구를 사라지게 하여 해안 마을에 해일 등의 피해를 불러 일으켰다. 해안도로를 만들면서 바다와의 경계가 되는 호안(방파제)은 파도의 파력을 강화해서 모래사장의 모래를 사라지게 하였다.

여전히 매립을 바라보는 시각은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자연환경이 일부 파괴되더라도 감내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연환경의 파괴가 매립 당시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고, 그 후과는 우리 후손들이 짊어져야 하는 무거운 짐이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가치들도 같이 매립되고 있다. 그대로 보존했을 때의 경관적 가치와 다양하고 풍부한 생태계에서 누릴 수 있는 미래가치도 같이 매립되고 있다. 이제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매립인지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때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76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