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5)산지천처럼 해안매립도 복원 필요

[제주개발 20년, 그 현장에 서다](15)산지천처럼 해안매립도 복원 필요
매립된 것은 바다만이 아니었다
  • 입력 : 2011. 12.07(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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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동방파제. 방파제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수직인 방파제는 매립 전, 완만한 몽돌해안에 비해 파도의 충격에 약할 수밖에 없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11월 26일 한라산 만인보는 탑동매립지에서 출발하여 내도알작지까지 도보기행으로 진행됐다. 탑동에서 시작해 도두동·이호동까지 멀지 않은 거리에 매립지가 세 곳이나 있다. 매립지의 규모는 탑동매립지가 약15만㎡, 도두, 이호매립지가 약 10만㎡이다. 이 세 곳을 모두 걸어도 10여 ㎞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거리다. 그러고 보면, 우리 도민들이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매립이 촘촘히 진행되었던 것이다.

1. 탑동 추가매립

탑동은 매립되기 전, 아름다운 몽돌해안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만인보 참가자 중에는 20년 전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과거 탑동바다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너무나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기억에 깊이 새겨진 때문일 것이다.

길고 긴 몽돌해안 까만 먹돌이 빛나던 밤 바다와 바릇잡이, 잔잔히 밀려와서 서서히 물러나는 파도, 거기에 하나씩 숨어 있는 옛추억들… 매립 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대학시절 매립지에서 불렀던 노래며 친구들이며… 어떤 추억이 값지다고 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제주 사람들에게 탑동은 참 이야기 거리가 많은 곳임이 분명하다.

얼마 전, 탑동을 추가 매립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탑동은 파도가 조금 높으면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히면서 월파가 종종 일어나는 곳이다. 2007년 태풍 '나리' 에 방파제가 많이 부서지면서, 구조적으로 위험해져 이를 보강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추가매립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다시 서부두 방파제를 탑동 매립지 앞으로 연장하여 탑동매립지를 부두처럼 만드는 안도 제기되었다.

▲서한두기의 예전모습, 탑동 매립전의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김홍인 선생 촬영.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과거 매립 전을 회상하는 사람들은 완만한 몽돌해안은 파도의 힘을 상쇄시켜 어떤 구조물보다도 안전하고 영구적인 자연 방파제라고 이야기한다. 인공적인 구조물에 의해 파도의 힘이 분산되지 못하고 집중되면서 생기는 문제를 또 하나의 인공적인 구조물로 해결한다는 발상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과거의 아름다운 몽돌해안으로 되돌리는 복원공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실 유럽 쪽 선진국에서는 인공구조물에 의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수중보를 철거한다든지, 매립지를 복원한다든지 하는 이른바 '복원토건'이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한다.

2. 도두매립지

도두봉 서쪽의 땅이 매립지란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이호매립지와 규모가 비슷하며, 지금은 대부분 식당과 펜션 등 상업시설들이 들어섰다. 제주의 매립지 중 가장 이용이 왕성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비교적 매립의 효과가 좋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엄밀한 평가는 제주도 전체적으로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도두매립지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두 밖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인데 관광객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면 도두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제주시 다른 지역을 이용하다 오는 것이다. 웃는 지역이 있으면, 우는 지역이 있는 것이다. 제주의 구도심을 찾던 사람들이 도두를 찾는 것이라면, 제주지역 전체적으로 본다면 '제로썸게임'인 것이고, 비대해진 상업시설이 과잉경쟁을 불러온 것이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또 희생된 바다환경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도두봉 부근에 해안도로를 만들면서 매립된 지역. 커다란 궤가 있었던 지역이다. /사진=참여환경연대 제공

3. 이호매립지

이호 매립지는 가장 최근에 매립된 곳이다. 이 곳은 해양관광호텔, 아쿠아리움, 해양사 박물관 및 쇼핑아울렛 등 해양관광을 목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최초의 사업시행자인 금광기업주식회사가 매립 후, 어떤 사업도 진행시키지 못한 채, 매립지를 중국자본인 분마그룹에 매각했다. 지금은 매입을 한 분마그룹이 1500객실의 호텔을 짓는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매립된 땅은 버려진 모습이다. 생태적으로 중요한 곳에 개발사업을 할 때마다, 반대를 의식해서 인지 화려한 겉치장으로 유혹을 한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개발 도중에 포기하거나, 이익이 많이 나는 호텔이나 골프장만 들어서고 나머지 계획은 백지화되는 것이 현재 제주개발의 본모습이다.

아쿠아리움은 섭지코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파괴하면서 지어지고 있는데, 이 곳에 아쿠아리움을 만든다는 계획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이호 매립이 추진되기 전,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보면 개발에 대한 지나친 기대 때문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보인다.

▲이호매립지의 모습. 환경부가 매립포기를 제안하였으나, 물고기들의 중요한 산란장을 매립하고 말았다.

매립될 예정인 이호 해안에 대해 영산강 유역 환경청(환경부)은 '본 사업계획중 일부 시설은 해양을 매립할 예정이나 현재 계획대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바, 다음 사항을 참조하여 해양매립은 배제하여야 함'이라고 하고, '해양 동식물상에 대한 조사를 2월과 4월에만 실시해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나, 본 조사결과 만으로 판단하여도 현재 해양 매립 예정지 주변 조간대는 다양한 저서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종풍부도가 높고, 조간대 조수웅덩이에는 다양한 어류의 치어들이 서식하고 있음'이라고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업자 측의 답변은 '해양 동식물상 조사는 4회 실시하여 매립지내 서식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종다양성 및 풍부도가 제주도의 다른 지역과 비슷한 것으로 조사됨'이라고 답변해, '조사지역에 대한 4차조사 결과 분포하는 생물 중 유용생물이 많이 분포하고 있으나, 보존되어야 할 만한 종은 분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됨'이라고 하고 있다. 결국 개발업자의 말은 '다른 곳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이곳 정도는 파괴해도 된다'라는 이야기다. 이런 논리에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들이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고, 제주도의회와 최종 결정권자인 제주도가 매립승인을 해 주었다.

4. 해안매립은 우리 바다가 줄어드는 것

과거 개발독재시대에는 해안을 매립하면서 '우리 영토가 넓어졌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반면에 우리 바다는 줄었다. 우리 모두의 소유였던 바다가 토건업자의 손에 의해 몇몇의 소유로 바뀌고 만 것이다. 더욱이 그 바다가 우리의 현재와 미래에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임으로 바다를 빼앗겼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이제 바다를 되찾아야 한다.

[한라일보 - 천주교생명위원회-참여환경연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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