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지사가 또 고개를 숙였다. 벌써 세 번째다. 모두 인사와 관련한 사과다. 도지사로 취임한 지 불과 5개월 밖에 안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원 지사는 김국주 감사위원장 예정자에 대한 도의회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지난달 25일 "도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저를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위원회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빠른 시일내에 기준에 맞게 새 예정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지난 10월8일에는 제주시장 예정자가 도의회 인사청문회 후 자진 사퇴하자 "인사청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 청문회를 교훈으로 삼아 심사숙고해서 새로운 후보를 선정하는 절차를 조속히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도의회는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에 그가 말했던 것처럼 실패를 교훈 삼아 심사숙고해서 고른 감사위원장 내정자가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며 '인사 실패'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선 6기 원 도정 출범 후 도입된 인사청문회의 벽을 뚫고 자리를 꿰찬 인물은 지난달 현재 제주도개발공사 사장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둘 뿐이다. 제주도개발공사 사장 예정자는 도의회의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했다. 하지만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사정이 달랐다. 원 지사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을 임명하자 도의회는 발끈했고 그 불통은 제주발전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파행으로 이어졌다. 도의회는 원 지사가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부적격 판단을 내린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의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제주발전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무기한 거부했다. 제주발전연구원장 예정자가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도 가세해 "원 지사의 임명 강행은 협치의 취지도, 적재적소의 원칙도 잃어버린 악수(惡手)"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제주발전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 28일 열렸다.
도민사회는 원 도정의 잇따른 '인사 실패'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과연 기준에 맞게 심사숙고해서 고르고 고른 인물이냐"며 인사시스템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 계속 이러다가는 임명 당시 다소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청와대의 인사혁신처장처럼 대기업에서 인사를 전문으로 했던 사람을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잇따른 '인사 실패'는 학력고사 전국수석과 사법고시 수석, 3선 국회의원 등 화려한 존재감으로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그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다. 상처입은 자존심이 아물지, 오늘(1일)로 예정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와 오는 16일 실시될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가 주목된다.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인사는 많다. 할 일도 산적하다. 도민들이 그 실체를 의심하고 있는 '비선 라인'에 휘둘리지 말고, 이제는 상황파악을 했으니 인사는 물론이고 도정도 잘 이끌어가길 바란다. 도민들도 세번의 인사 실패가 있었지만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으니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자. 존재감이 확실하고 능력도 있는 만큼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