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누구를 위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인가?

[현영종의 백록담] 누구를 위한 대중교통체계 개편인가?
  • 입력 : 2024. 10.21(월) 01: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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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지난해 중반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관련 기사 하나를 게재했다. 중국 정부가 내·외국인의 여행을 전면 개방했지만, 별 반응이 없다는 내용이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은 줄고 해외여행을 즐기려는 중국인도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특히 외국인들은 비자 발급의 불편함과 항공편 부족, 알리·위챗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는 독특한 금융 시스템 및 언어 장벽 등으로 중국 입국을 꺼린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모바일페이가 보편적이다. 대부분 나라들이 '현금→신용카드→모바일페이' 단계로 성장했지만 중국은 현금에서 곧바로 알리·위챗페이 등 모바일페이로 넘어갔다. 알리페이는 2004년, 위챗페이는 2013년 출시됐다. 최근엔 현금을 받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바일페이가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중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겐 곤욕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현금으로도 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페이를 발급받는 과정도 복잡할뿐만 아니라 까다롭다고 한다. 휴대전화가 없는 이들이나 미성년자들에겐 발급조차 되질 않는다. 수년간 중국에 거주중인 외국인들까지 불편을 호소할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3559만건에 그쳤다. 2019년 출입 건수(9770만건)의 36%에 그치는 수준이다. 사업·공부 등을 하는 외국인들은 상당수 복귀했지만, 중국으로 여행을 가거나 방문하는 이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를 못한다. 중국 국제선 일일 항공편 또한 지난 2019년 2761편에서 2022년 81편으로 감소했다. 2023년 들어서도 1372편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제주특별자치도가 1일부터 모든 노선버스에서 '현금없는 버스' 정책을 전면 시행하고 나섰다. 현금 관리 비용 절감, 운행시간 단축,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버스노선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중복노선을 통·폐합하고, 버스 배차시간을 조정했다.

도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 아니다. 버스노선 조정 이후 제주자치도청 홈페이지에는 증차·노선변경·원상회복 등을 요구하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읍면지역에서 출퇴근한다는 한 민원인은 "가뜩이나 몇 안되는 노선을 축소·폐지하면 어떻게 출퇴근하라는 말이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일부노선이 원상복구됐지만 불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혜택은 오롯이 도민들의 몫이어야 한다. 더불어 친환경·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일방·전면적 조치가 아닌 교통카드·교통복지카드의 혜택을 늘리면서 현금 사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타당하다. 버스노선 조정 또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대중교통으로 유도하는 목적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금처럼 도민들에게 불편을 강요하는 정책으로는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 자칫 외국인관광객의 유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시 한 번 심도있는 고민을 촉구한다. <현영종 행정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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