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제주 왕벚, 자생지 논쟁을 넘어 세계로

[백록담]제주 왕벚, 자생지 논쟁을 넘어 세계로
  • 입력 : 2015. 04.13(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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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왕벚을 비롯한 자생 벚꽃을 감상하기에 최적인 곳은 국립공원 관음사지구다. 요즘 관음사지구는 만개한 벚꽃 물결이 한창이다. 왕벚은 벚나무류 중에서도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다. 도심 왕벚나무가 한결같이 도입품종 일색인데 비해 한라산은 위도와 벚나무 종류에 따라 개화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한라산 왕벚꽃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식물분류학상 벚나무속은 200여종이 북반구의 아열대와 온대지방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 20여종이 분포하며 제주에는 왕벚나무와 올벚나무 등 13종이 보고돼 있다. 그동안 신종도 여럿 확인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벚나무는 왕벚나무다. 그 자생지가 바로 한라산이다. 한라산이 왕벚나무 자생지라는 사실은 100여년 전부터 보고되기 시작해 최근에 이른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찬수 박사에 따르면 왕벚나무는 1901년 일본인 마쓰무라가 동경에서 재배되는 것을 기준으로 명명한 것이 최초다. 프랑스 출신의 선교사였던 다케 신부는 1908년 4월 15일 한라산 북측에 있는 관음사 뒷산 해발 약 600m 지점에서 처음으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한다. 당시 발견 지점이 지금의 국립공원 관음사지구와 일치한다. 이를 1912년에 베를린대학의 쾨네교수가 발표한다. 지난 9일 국립산림과학원과 제주특별자치도, 한국식물분류학회가 왕벚나무 '기준어미나무' 명명식을 이곳에서 가진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과 닿아 있다.

이후 1913년 고이즈미는 한라산이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발표했으며, 나카이는 1916년에 조선삼림식물편 제5집에 한라산이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확인한다. 1922년에는 모리가, 1931년엔 마키노가 일본식물총람에 왕벚나무 자생지는 제주도임을 각각 명기한다. 1932년 4월 중순에는 고이즈미가 한라산 남측 해발 약 600m에서 자생지를 발견 보고했으며, 왕벚나무의 자생지는 제주도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제주도에서 최초의 왕벚나무 식재기록은 1935년 서귀면장이던 김찬익이 일주도로에 가로수로 일본에서 수입한 왕벚나무를 심은 것이 전해진다. 1962년 4월에는 국립중앙박물관 한라산식물조사단이 서귀포쪽에서 자생 왕벚나무 3그루를 발견한다. 1년 후인 1963년 4월에는 박만규와 박병주, 그리고 제주출신 부종휴 등에 의해 견월악, 물장올 일대에서 자생지를 발견하고 천연기념물 159호로 지정됐다. 이듬해인 1964년 4월에도 박만규, 부종휴 등에 의해 왕벚나무 5그루가 발견된다.

1993년에는 국립산과학원이 왕벚나무 조직배양기술을 첫 수립했으며 1996년 4월에는 김찬수 등 국립산림과학원 조사단에 의해 왕벚나무 20그루가 발견됐다. 지난 9일 왕벚나무 '기준어미나무'로 명명된 관음사 지구 왕벚나무가 그 중 가장 먼저 발견된 나무다.

전문가들은 "논쟁의 여지없이 제주도가 유일한 왕벚나무의 자생지"라고 단언한다. 이제 우리는 해묵은 자생지 논쟁에서 벗어나 왕벚나무의 유전자원 보존과 자원화,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또한 자생지의 위상에 걸맞는 중장기적인 벚꽃 문화 조성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유전자원 보존과 대량 증식, 보급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후속대책이 필요하다. 자생지로서의 차별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왕벚꽃축제도 개최시기, 장소, 프로그램을 전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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