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청정제주에 감염질환 감시센터를

[백록담] 청정제주에 감염질환 감시센터를
  • 입력 : 2015. 06.22(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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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 제주를 여행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메르스 청정 지역인 제주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13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4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인 지난 5∼8일 3박4일 일정으로 가족 등 8명과 함께 제주를 관광하고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방역당국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환자가 지난 13일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중앙대책본부는 5일이나 지나서야 제주도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하는 등 늑장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청정제주가 위협받고 있는 것은 메르스 뿐만이 아니다. 제주지역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아열대 기후로 변화해 감에 따라 신종·외래 병원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제주지역 수인성질환 원인병원체의 분리 건수가 많아지고 있으며 동남아에서 분리되는 비브리오균종이 검출되고 있다. 쯔쯔가무시증 환자도 2009년 10명, 2010년 28명에서 2011년에는 60명으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뇌염, 뎅기열 등 질환 매개체 서식 확인으로 감염 질환자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매개체에 의한 발생 밀도와 분포조사는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의한 새로운 매개체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고 외래 풍토병 매개체가 도내에 유입시 서식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감염성질환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적 감시기구로 제주에 아열대 질환 감시센터 설치가 시급한 실정이다.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열대성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연구·조사하고 대유행을 예측할 수 있는 전담기구 설치의 최적지가 제주이기 때문이다. 제주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아열대 기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아열대 질환 감시·연구의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41년동안(1970~2012년) 제주도의 기온이 평균 1.7℃ 높아져 이미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다. 아열대 질환 유행에 대비해 조기경보와 방어체계를 구축해야할 시급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현재 제주지역은 각 분야별로 중앙부처 소속 기후변화 대응 기구가 설치 운영되고 있으나 질병관련 기관은 전무한 실정이다. 기후 변화, 세계화 등의 요인에 주목하고 열대성 매개체 감염병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추세에 있지만 제주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제주에 아열대질환 감시센터를 설치할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의 건물 증축과 장비 공동 활용으로 예산절감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주도 당국은 그동안 보건복지부에 제주에 아열대 질환 감시센터를 설치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해 왔다. 보건복지부도 제주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기획재정부에 사업을 신청했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주검역소에 인력을 보충하는 선에서 묵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종 감염 질환의 확산을 막으려면 가능한한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게 메르스 사태의 교훈이다. 정부의 늑장 대응은 그래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원희룡 도정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아열대 감염 질환 감시센터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강시영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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