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백록담]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 입력 : 2015. 08.24(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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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모인 학생들 중에 경운기를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없는가?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똑똑하다고 들었는데 실망이다. 미래 최고 유망업종인 농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통하는 짐 로저스(Jim Rogers·73) 회장의 말이다. 지난해 12월 서울대 경영대학원 특강에서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생각도 비슷하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의 농업 사랑을 상징하는 인물로 통한다. 1972년 농림장관에 취임한 그는 유럽 농업정책의 뼈대를 이루는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70년대 후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농업부문에서 미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짐 로저스는 30년쯤 후면 식량부족 사태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또 농업의 수익성이 여타 부문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2008년엔 '앞으로 10년간 원자재가 확실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특히 농산물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지목했었다. "향후 20년을 내다봤을 때 농업 관련 분야는 최고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다.

대부분 미래학자들은 2030년까지 약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한다. 그렇다고 20억 명의 실업자가 생긴다는 얘기는 아니다. 과거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된다는 뜻이다. '미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61)는 미래 유망 직업으로 ▷데이터 ▷드론 ▷교통 분야를 꼽는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얼마 전 전문가의 진단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단 한 번 들어보지도 못했던 직업들이 미래에는 주요 직업이 될 수 있다"며 "▷도시 농부 ▷디지털 건축가 ▷기억 전문의 등 새로운 직업들이 유망 직종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보도를 내놨다.

세계 각국들은 벌써부터 변화를 준비중이다.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미래성장산업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면서다. 과학기술에 기반한 농업혁신도 이같은 변화에 한 몫을 했다. 미국은 얼마 전부터 농업취업이민 확대를 심각하게 검토중이다. 지금까지의 이민정책이 농림축산업계의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다. 또 막대한 직불금을 줘가며 농업을 유지하려 애쓴다. 유럽이나 중동의 국가들은 몇년 전부터 도시농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주 농업이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잇따른 FTA(자유무역협정)에다 농업에 대한 투자·지원이 줄면서다. 제주자치도가 내놓은 'FTA 대응 1차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안'은 부실하기 그지없다. 정부의 대책도 허울뿐이란 비판이 지배적이다. 농업을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미덥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전라북도 전주시와 완주군이 얼마 전 '도시농업 육성조례'를 제정했다. 강원도는 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 지정을 통해 고교 단계서부터 농업인재를 발굴한다는 계획 아래 다양한 정책을 추진중이다. 경기도는 EU선진 농업국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미래상을 그려 가고 있다. 인재 육성은 고사하고 농업의 가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제주도 농정당국이 심각하게 고민할 대목이다. <현영종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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