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양성평등이 뭐 마씸?"

[백록담]"양성평등이 뭐 마씸?"
  • 입력 : 2016. 05.16(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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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 갈라(MET Gala)'는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매년 봄 열리는 패션 행사다. 패션의 본고장인 뉴욕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 중의 하나로 꼽힌다. 얼마 전 열렸던 이 행사에서 단연 시선을 사로잡은 사람은 영국 출신 배우 엠마 왓슨이었다.

왓슨이 선보인 드레스의 특징은 스타일이 아닌 소재에 있었다. 옷은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해 뽑아낸 섬유로 제작됐고 지퍼는 재활용품, 상의 안감은 유기농 면으로 어깨끈은 유기농 실크로 만들었다. 왓슨은 자신의 SNS에 "플라스틱은 지구를 오염시키는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다. 창의성과 기술, 패션이 합쳐져 쓰레기로 드레스를 만들어 입을 수 있게 됐다"고 썼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활동하는 그의 모습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영화 '해리포터'시리즈로 스타가 된 왓슨은 이미 '여배우'를 넘어서는 행보를 보여 왔다. 왓슨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환경과 인권, 양성평등을 위해 나서고 있다. 특히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2014년 유엔 여성 친선대사로 위촉된 뒤 양성평등을 위한 유엔의 '히포쉬(HeForShe)' 캠페인에 뛰어들었던 그의 연설이다.

그는 연설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말할수록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 '남성 증오'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양성평등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라고 말한다. 그렇듯 그가 말하는 '히포쉬' 캠페인은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연설 속에서 천천히 힘주어 말하는 메시지는 모두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당신이 먼저 한 발짝 나와서 '내가 아니면 누가?' '지금이 아니면 언제?' 라고 물어보길 바랍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떨까. 양성평등 지표가 되는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는 올해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대상국 중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출산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남녀 임금 격차, 여성 고위직 진출 비율 등을 종합 평가한 결과다. 이 때문에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는 '킥 더 글래스(Kick The Glass)'캠페인이 이뤄지기도 했다. 함께 유리를 깨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유리를 깨는 것이 여성만을 위한 것일까. 남성도 무거운 부담감으로 고통받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4년 5월 28일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7월 첫째주를 '양성평등주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실질적인 양성평등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된 주간이다. 제주에서도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하기 위해 여성·문화예술계 전문가들이 모여 여러가지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로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준비가 진행중이다. 기대가 크다.

글을 읽는 이들은 여전히 물어볼 지 모른다. "양성평등이 뭐 마씸?" 그들에게 엠마 왓슨의 연설문을 통해 대답해 주고 싶다. "양성평등은 '여성답다' '남성답다'로부터 자유로워 지는 것이고 남녀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것 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둘 다 세심하다고 느낄 자유가 있어야 하며, 강하다고 느낄 자유가 있어야 합니다. 성을 하나의 스펙트럼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현숙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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