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제주 '최고'와 '최악'의 두 얼굴

[백록담] 제주 '최고'와 '최악'의 두 얼굴
  • 입력 : 2016. 07.04(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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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대한민국 지역내총생산(GRDP)의 0.9%에 불과한 곳이지만 그 무엇보다 핫(hot)한 단어다.

올해 초 서울에서 제주로 발령받은 한 공기업 직원의 말을 빌자면 "'전에는 제주로 발령나면 당신 혼자 가라'던 냉정하던(?) 부인이 올해는 제주발령 소식에 '가족은 함께 지내야 한다'며 먼저 이삿짐을 쌀 정도로 제주 이사를 반겼다"고 했다. 또 동료들 사이에서도 제주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들이 줄설 정도라고 했다.

그런 제주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올 1월 1일 기준 제주의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27.77%로 전국평균(5.08%)의 5.4배나 된다. 인생2막을 제주에서 펼치겠다며 한 달 평균 1500명이 넘는 인구가 순유입돼 인구 대비 순이동자(전입-전출) 수 비율인 순유입률이 세종 다음으로 높은 곳, 작년 한 해 관광객이 1360여만명으로 세계 최고의 휴양관광지인 하와이나 발리보다 많은 곳 등이다.

이처럼 '전국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들을 놓고 보면 제주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 같다. 하지만 '전국 최고'라는 타이틀을 단 이름중엔 상당한 위험요소를 내포한 것들이 여럿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계대출'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도내 가계대출 잔액은 8조9957억원으로 매달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6.6% 증가한 금액인데, 같은기간 전국 가계대출 증가율(8.9%)의 4.1배나 된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제주 땅값 상승률만큼 대출규모도 커진 모양새다. 가계대출액이 급증하면서 4월말 은행 예금잔액 중 대출금 잔액의 비율인 예대율도 115.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마 현 시점에서는 가계대출 잔액이 9조원을 넘겼을 게 분명하다.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인데다 멈출 기미 없이 가속페달을 밟는 부동산의 유혹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면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발동해 투자목적의 부동산 수요도 적잖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제주 부동산 불패신화'는 도민사회에서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양극화 심화로 상대적 빈곤감을 부추기고 있다.

고용시장은 또 어떤가? 작년 7월 기준 도내 고용률은 68.2%로 전국평균보다 7.1%포인트 높아 16개 시·도 중 최고로 조사됐다. 하지만 상용근로자 비율은 36.2%로 15위이고, 지위가 불안정한 일용근로자비율은 8.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속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관광객이 밀려드니 자영업자의 돈벌이가 괜찮으려니 여기겠지만 진입장벽이 낮아 영세업종이 많은 도소매·숙박음식점업 비중은 16개 시·도 중 1위다. 도내 신생기업 2곳 가운데 1곳이 이들 업종이 차지하는데, 도내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0%로 10곳 가운데 4곳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다.

제주살이를 택한 이주민들은 쉴 새 없이 몰려온다는데 정작 제주근로자 월급은 전국에서 가장 적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절대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영업으로 내몰리며 동종업계끼리 출혈경쟁을 해야 한다. 또 빠듯한 월급쟁이 입장에선 집 한 칸 마련을 생각지도 못하는 현실이니 '제주가 최고'라는 타이틀이 반가운 이들보다는 못마땅한 이들이 더 많다. 지금 제주도민들의 답답함을 달래줄 시원한 바람은 언제쯤 불어올까? <문미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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