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서귀포시 지역 신규 아파트 임대료가 '반토막'된 상황 말이다. 분양권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1억원을 호가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던 부동산 시장에서, 이제는 '임대'를 내놓아도 쉽게 나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아파트 시세가 급증했던 몇년 전 상황도 낯설었지만 이처럼 급락하는 상황은 더 낯설다. '땅만 파면 부동산에서 매입을 타진한다'는 1~2년 전 상황이 '일장춘몽'이었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 지난해 놀랄만한 분양실적과 거래량을 기록했던 상황이어서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서귀포시 지역 신규 아파트 임대가 나가지 않자 '불법 숙박업' 영업을 하는 제보가 들려왔다. 다각도로 확인한 결과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가 나가지 않아 집을 비워두고 비싼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야 하는 이들에게 '관광객들에게 빌려준다'는 것은 달콤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를 신고하지 않고 숙박업소로 운영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몇만원 벌기 위한 행동으로 몇배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아파트 주변 편의점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새벽까지 테이블을 지키고 있는 경우가 어렵지 않게 목격되기도 한다. 아파트가 숙박업소로 둔갑되면서 소음 등으로 민원을 사기도 하고, 렌터카들이 아파트 주차장을 차지하면서 주차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특별한 아파트의 일이 아니었다. 관광 성수기가 되면 이 같은 상황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기자의 취재 이후 아파트 단지마다 '경고문'과 '신고독려 안내문'이 붙여졌다. '불법 숙박업소로 운영되는 곳을 신고해 달라'는 내용이다. 행정과 자치경찰도 예의주시하면서 '임대' 물량이 쏟아진 아파트 부동산 주변은 발길이 더 뜸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유숙박업'을 표방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심심찮게 신규 아파트를 숙박업소로 소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는 비단 서귀포시만의 일이 아니다. 며칠 전 일 때문에 제주시 해안동에 가보고 다시 한번 놀랐다. 1~2년 사이 해안초등학교 인근은 그야말로 공동주택 건설이 '우후죽순'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고즈넉한 풍광에 한라산을 볼 수 있었던 그 동네는 전원주택, 공동주택, 아파트까지 빼곡하게 건설 중이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말이다. 수년간 지속돼 온 제주의 공동주택 건설 붐이 '과유불급'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제주지역 신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등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이다.
제주도내 주택시장은 2014년 이후 줄곧 전국 최고 상승률을 보여오다 최근 몇 달 사이 장기간 상승에 따른 조정과 대출 규제 등 여러 요인으로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관망세도 뚜렷해져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준공주택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신규 단지에 붙었던 웃돈도 조금씩 빠지고 있다. 한두달 새 수천만원씩 빠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분양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더 빠질 수도 있다.
이처럼 시장이 냉각된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와 정부의 대출 규제, 중국인 관광객 급감, 제주도의 규제정책 등이 꼽힌다. 대부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특성상 금리가 오르고 대출이 어려워지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면 너무 과도한 주택 공급이 화를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현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