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행정시장'의 역할

[백록담]'행정시장'의 역할
  • 입력 : 2017. 09.18(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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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의 인구증가율이 가파르다. 인구 순유입이 역대 최고의 증가율을 보이면서 8월에는 제주시를 추월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인구증가와 비례해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시민들의 행정수요가 많아진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그런데 취임한 지 2주일이 지난 '행정시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수개월 전 임기가 불과 10개월도 안 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이뤄진 '행정시장 교체'에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원희룡 지사는 시장 임기 2년을 보장해 행정시 기능강화를 언급했지만, 결국 세 번째 서귀포시장으로 이상순 시장을 임명했다. 그런 상황 때문이었는지 이 시장의 취임 후 일성은 '무한소통'과 '현장'이었다. 취임 직후부터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성산읍 지역과 강정마을을 찾은 이 시장은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성산읍 각 마을을 찾아 애환을 듣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고 정부에 주민들의 의견이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정 해군기지 구상권 문제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겠다고 했다. 이를 시작으로 행정을 파악하고 현안을 점검하기보다는 지역주민 접촉에 중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성산읍 출신' 시장에게 주어진 숙제는 아무래도 '제2공항'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오늘(18일) 열리는 '제2공항 추진 현황 설명회' 장소가 서귀포 신시가지에 위치한 '김정문화회관'이다. 성산읍에서 제대로 열리지 못한 설명회를, 시청 1·2청사도 통합된 마당에 멀찍이 떨어진 김정문화회관에서 하는 것은 이해가 어렵다. 당연히 이에 대해 반대대책위에서 '꼼수' 혹은 '요식행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은 성산읍 지역 주민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무 파종 시기가 아닌가. 이 때문에 설명회 개최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시장 취임 이후 시정 운영 목표가 또다시 바뀌었다. '함께하는 행복 도시, 미래를 여는 청정 농업관광도시'라고 한다. 지금껏 어느 행정시장도 내세우지 않았던 '청정 농업관광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슬로건과 시정목표가 바뀌면 공직자들은 또 고민해야 한다. '서귀포다움'을 고민했던 직전 이중환 시장의 물음에 이상순 시장은 '청정 농업관광도시'라고 정의내린 셈이다. 시장의 교체로 시정은 또다시 '농업관광도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먼저 목민관의 존재 이유를 물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목민관은 왜 있는가? 오직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다. 이 명제는 절대적이다. 오직 백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진정성을 가진 자만이 목민관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담고 있듯 '서귀포시장'도 시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진정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정시장으로서 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공직자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귀포시장은 '행정시장'이다. 정치인을 돕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을 시민이 선출하지 못하니 시민이 최우선 고려대상이 아닐 수 있다. 그저 도지사 아래의 시장임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행정시장의 자기결정권이 없다는 하소연도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행정시장은 '정치시장'과 다르다. 오래전부터 서귀포시를 지켜온 시민들과 '서귀포살이'를 선택한 시민들을 위한 '행정시장'이 되어야 한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시장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시정목표를 제시하고 시민들의 투표로 선택받고 평가받는 '직선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현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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