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도시숲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민간 전문가를 채용해 화제다. 삼성물산 수목담당 부장을 지낸 김주열씨를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조경학을 전공한 그는 대기업에서 수목식재와 관리를 해온 전문가다. 최장수 산림청장을 역임하다 최근 대학으로 복귀한 신원섭 충북대 교수는 재임 시절 정원문화와 도시숲 만들기에 열정을 쏟은 공직자로 회자되는 인물이다. 제주도는 그를 명예제주도민으로 추대했다. 그는 도시숲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폭염과 도시 열섬현상, 미세먼지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사려니숲을 즐겨 찾는 그는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숲이다. 그런 점에서 사려니숲은 세계적인 치유장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도시숲의 치유 능력은 이미 검증돼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도시숲인 가로수와 교통섬의 나무 그늘이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천연에어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열화상카메라로 분석한 결과, 교통섬 나무 그늘은 평균 4.5℃, 가로수는 평균 2.3℃~2.7℃의 온도저감 효과를 확인했다. 박찬열 박사는 "가로수 밑에 단순히 관목이나 초본을 심는 것만으로도 맨땅보다는 나무그늘 효과를 몇 배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2열, 3열 가로수와 수림대 등 복층 가로수를 조성하는 적극적인 도시숲 정책추진과 함께 가로수가 도시계획의 부속물이 아니라, 미세먼지와 폭염의 피해를 줄이는 도시의 허파와 같은 기반시설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하면 떠올리는 색은 회색이다. 잘 가꾸어진 숲이 있는 도시의 색은 다르다. 제주도 면적의 1/3에 불과한 도시국가 싱가포르에는 초고층 빌딩 마천루와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도시 전체를 에워싸는 녹지공간이 공존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정원 속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짧게는 250m, 멀어도 400m 안에 접근 가능한 공원을 조성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수십년째 진행 중이다. 도시 안에 숲과 정원을 만드는 개념을 뛰어넘는 발상. 바로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정원 속의 도시 개념은 파크커넥터(Park Connector) 프로젝트에 녹아 있다. 파크커넥터는 주요 공원, 녹지와 주거, 상업, 문화시설 등을 연결하는 다목적 '그린웨이'를 말한다. 그린웨이는 풀과 나무로 이어지는 푸른 녹색의 길이다. 싱가포르는 또 하나의 야심 찬 녹지공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도시를 가로지르던 옛 철도 수송로(KTM)를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이다.
프랑스의 밀리언셀러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예찬'에서 나무의 지혜를 뜻하는 '나무학'이란 단어를 선보인다. 그는 나무와 숲에 대해 색다른 견해를 보이긴 하지만 "숲은 우리의 인간적 정서 유산 가운데 근본적으로 중요한 몫"이란 주장을 편다. 나무와 숲 '예찬'이다.
청정과 공존을 지향하는 제주의 도시숲은 어떤가. 유네스코 3관왕에 빛나는 제주의 도심은 오히려 삭막하다. 앞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일몰제로 해제되면 1인당 공원면적은 법령기준(6㎡)에도 미달될게 뻔하다. 시민들이 살기좋은 도시, 행복한 도시는 도시숲과 정원이 함께 하는 곳이다. 많은 도시들은 녹색지대를 넓히고, 도시숲의 미래전략을 고민 중이다. 싱가포르가 보여주듯이 도시계획은 녹지공간을 우선해야 한다. 도심의 공한지, 건물 사이의 자투리땅, 건물 옥상, 발코니에도 녹색을 입혀 아름답고 쾌적한 녹색생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행정이 앞장서고 시민과 기업이 함께하는 참여형 도시숲과 정원 만들기를 시도해봄이 어떤가. <강시영 기획탐사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