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제주 미분양, 안사는 게 아니라 못사는 것이다

[문미숙의 백록담] 제주 미분양, 안사는 게 아니라 못사는 것이다
  • 입력 : 2018. 02.05(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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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분양주택이 매달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격조정에 대한 수요층의 기대감이 크지만 현실은 끄떡도 않는 모습이다. 현재 집값은 꼭짓점에 멈춰선 형국이다. 3~4년 새 1억~2억원 넘게 오른 집값이 최근 1000만~2000만원 내렸다고 체감될 리 만무하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한창 경기가 좋았던 1~2년 전의 봄날을 기대하듯 겨울을 꿋꿋이 견뎌내는 모양새다. 어쩌면 아직은 견딜만하다는 제스처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미분양 사태는 자고나면 치솟는 분양권 웃돈(프리미엄)의 유혹에 부동산에 문외한이던 이들까지 가수요에 가세, 거품(버블)이 더욱 확대되자 건설사들이 도심은 물론 외곽지 곳곳에서 주택공급에 뛰어든 결과물이다. 장소 불문 짓는 족족 팔려나갔던 게 불과 1년여 전의 일이고, 2017년 제주에서 준공된 주택이 1만6151가구로 전년보다 16.4%, 최근 5년 평균 대비 68.6% 증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반면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2017년 주택매매거래량은 9261건으로 거래가 활기를 띠던 2015년(1만3257건)과 2016년(1만2392건) 대비 각각 30.1%, 25.3% 줄어들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확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택매매거래가 절벽이고 외곽지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넘치는 건 살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도내 22만가구 중 자기 집을 갖고 있는 비중은 58.3%, 나머지 41.7%는 남의 집 살이를 하는 무주택자다. 또 낡은 집에서 더 나은 집으로 갈아타려는 이들과 세대 분리 등으로 신규주택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발생하게 마련이다. 2015년 5564건이던 전월세 거래량이 2017년 8916건으로 매매거래량 수준에 근접한 것만 봐도 주택 수요는 꾸준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택가격 급등으로 덩달아 치솟은 전·월세 임대료를 견디면서도 수요층이 매매시장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이유는 급등한 집값에 엄두를 못내서다. 주택 분양가격은 표준건축비와 토지비 등을 합산해 책정한다는데 도내 분양가를 보면 도심이고 읍면 외곽이고 최고 활황기에 형성된 주변시세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논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 입지와 상품성은 다르겠지만 제주시 조천읍 소재 전용면적 85㎡의 한 민간주택 분양가는 4억3000~5억1000만원, 애월읍의 한 주택은 4억500만원으로 도심 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 영업비밀이라는 분양원가는 건설업자만이 알고 있다.

과거 정부는 천편일률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부동산거래 활성화 정책을 지목하고, 관련 규제를 풀면서 집값을 띄우는 결과를 낳았다. 가계대출 폭탄을 머리에 인 지금의 상황도 이전 정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에다 사상 초저금리가 기름을 부은 꼴이었다. 실패한 정책의 희생양은 집 없는 세입자들의 몫일 뿐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

주거는 인간의 기본권인 권리다. 전국 최저수준의 소득 대비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해소시켜 심각한 주거 양극화를 좁히는 길은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읽는 데서 출발한다. 2015~2017년 3년 연속 제주로 순유입된 인구가 연간 1만4000명이 넘었다. 제주도정이 계획적인 공공택지개발을 통해 소비자 선호도가 여전한 단지형 아파트를 적정가격으로 일정량 공급하고,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지 않는 한 집값 안정화는 요원해 보인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야 집값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법이다. <문미숙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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