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주의 한라칼럼] 총리각하 감사합니다

[강상주의 한라칼럼] 총리각하 감사합니다
  • 입력 : 2018. 03.20(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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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개최도시 10개는 너무많아.서너개는 줄여야 돼. 서귀포는 1년 예산이 1000억인데 어떻게 경기장을 짓나." 당시 실세 총리였던 JP(김종필)의 한마디는 엄청났다. DJP(김대중, 김종필) 공동정부라 불리던 시절이고 상당수의 장관들이 JP가 추천하면 그대로 임명되었었다. 월드컵주무부서인 문체부장관, 월드컵조직위원장 모두 JP추천이었다. 그후 월드컵개최도시로 선정되었음에도 중앙정부의 서귀포에 대한 절차가 중단되었다.

이 난국을 풀어야만 했고 그것은 애옥(핵)을 짜내야만 해결되는 문제였다. 총리비서실장한테 전화해서 JP총리와의 면담을 신청하니 "인구 백만 이상의 시장도 약속이 어려운데 10만도 안되는 시의 시장은…"하면서 사실상 거절하였다. 큰일났다. 그러나 다행히도 외무부에서 파견된 총리의전비서가 나의 고교 1년 선배였다. 바짓가랑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조건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정식면담은 안되고 다른 분과 면담 후 나올 적에 서서 인사하도록 해줬다. 앉으면 어떻고 서면 어떤가. 급한건 난데.

며칠 후 정부종합청사 국무총리사무실에 들어가니 총리께서 일어서서 나오시고 계셨다. 얼른 인사하고 "저는 서귀포시의 시장인데 우리 제주도민들은 총리께서 제주도의 은인이라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러지?" "제주땅이 척박하고 벼농사도 잘 안되고 보릿고개도 있던 시절에 총리께서 감귤을 보급해주셔서 지금은 생명산업으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금 나이 드신 분들은 다 알고 늘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했더니 "자리에 앉아봐" 하시고는 방풍수로 편백·측백나무를 심어야 한다 했는데 제주사람들은 돌담만 고집하더라 하셨다.

"총리님 그때 심어놓은 나무들이 자라서 지금 제주가 사시사철 푸르름을 자랑하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제관광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총리께서 만드신 감귤밭에 월드컵경기장을 지어서 스포츠산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육성하고자 하는데 총리께서 도와주십시요." 했더니 "시장이 아주 열심이구만 우지사도 전화 왔었다 하시고는 내 앞으로 서귀포에 경기장 짓는 거 반대하지 않을게 하셨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총리각하! 감사합니다" 정성을 다하여 인사하였다.

두 번째 인연은 감귤 주산지인 효돈지역에 감귤박물관을 건립하여 감귤의 역사성을 세우고 관광과도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서였다. 마침 신효애림계에서 호응이 있어서 부지를 제공하고 시청에서는 박물관을 건립하는 민·관 협력사업이 가능하였다. 문제는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건축비였는데 그것도 마침 농수산부에서 지역특화사업공모가 있었다. 시도당 1개라 제주도청을 경유하여 신청했는데 2순위라는 거였다. 제주도청에서 남원읍 한남리에 감귤가공공장을 세우고 직영하겠다고 해서 그것을 1순위로 올렸다는 것이다.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서귀포시청 감귤계장이 현재 농수산장관이 JP자민련총재가 추천하신분입니다 하는게 아닌가. 귀가 번쩍 뜨였다. 속으로 계장의 궁퉁이가 보통이 아니다 생각했다. 그후 친해진 JP 총재보좌관을 통해 JP를 만나서 사정 얘기를 하고 건립비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래서 어엿한 감귤박물관이 건립되었고 꾸준하게 관광객들도 온다고 한다. 박물관전시실 한 귀퉁이에 늦기전에 관련자들의 증언이나 자료를 통해 제주감귤보급과 관련된 JP와의 연계성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때 궁퉁이가 안 났었다.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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