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에서 '개설 불허'를 권고한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론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수용해 대책없이 '개설 불허'를 내릴 경우 영리병원 반대론자들로부터 첫 국내 영리병원 진출을 차단했다는 긍정 평가는 기대할 수 있지만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도민들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또 이 경우 현재 녹지국제병원에 채용돼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등 인력 134명에 대한 고용 유지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중국 녹지그룹이 병원 개설 불허시 10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에서 더 이상 후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녹지그룹은 지난해 7월까지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내 성형외과·피부과·가정의학과·내과(검진)등 4개 진료과목에 47개 병상을 갖춘 녹지국제병원을 준공했고 인력까지 고용했다. 병원 준공후 매달 8억 5000만원의 비용도 지출해 왔다.
녹지그룹은 노무현 정부때 외국인 투자병원(영리병원)허용을 담은 제주특별법이 제정된 후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2015년 12월 병원설립을 승인해 줌에 따라 제주투자진흥지구 지정, 개발사업시행승인 및 실시계획 인가(관광단지 지정), 도시관리계획 결정 등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병원을 지었다.
이러한 절차를 거친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개설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제주도가 승소할 확률은 제로나 다름이 없다. 1천억원이 넘는 소송에서 질 경우 도민의 혈세로 이를 고스란히 충당해야 한다. 다른 곳에 유용하게 써야 할 귀한 도민세금을 허공에 날리는 꼴이 된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공론위의 권고안을 무시하고 '개설 허용'을 해 줄 수 도 없는 노릇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권고안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육지책으로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조성 사업을 추진해 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찾아가 녹지국제병원을 맡아서 운영해 달라고 읍소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녹지국제병원은 일반 병원과 전혀 다르게 설계돼 있다. 중국의 부유층이 이곳에 와서 성형수술 등을 받고 휴식을 취하다가 갈 수 있도록 고급호텔 스위트룸처럼 설계가 돼 있어 일반 병원으로 전환, 운영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일반병원으로 운영하더라도 적자가 불가피 하다.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있으나 의료의 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만성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는 서귀포의료원처럼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제2 서귀포의료원이 탄생한다.
이런 상황이 예측되고 있는데 JDC가 맡아서 운영할 이유는 만무하다. 국내 대형로펌을 통해 소송을 준비해 온 녹지가 12월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려달라고 통보하면서 제주도의 발걸음이 다급해 졌다.
일각에서는 제주도가 제주시 노형동 녹지드림타워 준공 및 카지노 허가를 놓고 '빅딜'을 할 것이라는 어줍잖은 소문도 들리고 있다. 혹시나 이런 것에 기대어 해법을 찾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제라도 불허를 염두에 둔 해법이 아닌 다양한 방안의 해법을 찾아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가와 영리병원 관리감독 기구를 만들어서 3~4년 운영을 지켜 보고 난후 용역을 통해서 국내 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문제가 크면 재허가를 안해주는 방안, 영리병원 전국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법개정 등도 심각하게 검토해 볼만하다. 2008년부터 10년동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의료관광단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추진해 온 헬스케어 조성 사업이 시작도 못한채 발걸음을 접는게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고대로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