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지하수 오염예방 중·단기대책 시급

[고대로의 백록담] 지하수 오염예방 중·단기대책 시급
  • 입력 : 2019. 09.23(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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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지하수가 수년동안 오염되고 있다. 지하수는 청정 제주의 대명사였다. 제주의 지하수는 빗물이 송이와 화산암층을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물로 물·암석 반응을 통해 용해된 적당량의 광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어 국내 최고의 물맛을 자랑했다. 마을에 흐르던 용천수는 손으로 떠서 벌컥 벌컥 마셔도 아무탈이 없었다.

허나 이제는 수돗물을 끓여 마셔야 안심이 되는 세상이 됐다. 제주도내 곳곳에 분포했던 용천수는 고갈이 됐고 그나마 식수로 이용할 수 있는 용천수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너무 한탄스럽다. 더 큰 문제는 지하수 오염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수 오염 문제가 터질때마다 여론달래기용 해결책으로 제시했던 지하수 보존 관련 각종 용역도 더 이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제주 지하수의 오염원중 하나인 질산성 질소(NO3-N) 문제는 오래전 부터 거론됐다. 10여년전 양돈장 밀집 지역 지하수에서 질산성 질소 농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검출됐다. 일반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지하수에서 질산성 질소는 3mg/ℓ미만이 검출되지만 제주도내 양돈장 밀집 지역 지하수에서는 7~10mg/ℓ이상이 검출됐다.

이에 제주도는 양돈·축산 분뇨 불법 배출을 강력히 단속해 지하수 오염을 차단하고 지하수 관련 용역을 통해 문제 해결에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외침은'허공 속의 메아리'로 전락했고 질산성 질소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더욱 악화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서부지역 농업용 지하수 관정 12개소에 대한 수질 검사결과 대부분 관정에서 질산성 질소 농도가 배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립환경과학원이 양돈 분뇨로 인한 지하수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올해 지하수 수질개선 연구 용역 사업을 진행키로 했으나 용역 기간만 무려 3년이나 소요된다. 그동안 이곳의 지하수 오염은 사실상 방치된다.

제주도도 올해 전문기관이 용역에서 제안한 내용을 근거로 화학비료 적정 시비로 질산성 질소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방지해 보겠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이 역시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화학비료 적정 시비량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농가들이 참여를 기피하게 되고 결국 혈세 8억원이나 투입한 용역도 무용지물이 된다.

제주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개인오수처리시설(1만21개소)도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으나 인력 부족으로 단속 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 지하수의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단기 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우선 축산·양돈 업체 분뇨 배출·처리 시스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 분뇨 불법 배출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또 현재 각 기관에서 제각각 수행하고 있는 지하수 관리와 수질 모니터 시스템을 연결해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내에서 1일 사용하고 있는 물의 양도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최근 10년간 지하수 수질 변동 사항 등의 관련 데이터도 한눈에 확인할 수 없는 현 시스템으로는 제주의 지하수 오염 예방은 요원할 것이다.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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