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 날씨는 한 마디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변화무쌍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형국이다. 사상 최장기간 장마에 7일 오전 제주 동쪽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보된 제10호 태풍 '하이선'까지 열흘 사이에 강도가 센 3개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드는 보기 드문 상황을 맞고 있다.
연이은 3개의 태풍에 도민들은 수시로 기상청의 태풍이동경로 통보문을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국, 일본, 노르웨이 등 해외 기상청의 예상경로에다 체코의 기상 앱까지 들여다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태풍이 지나간 후엔 어느 나라가 예측한 진로가 오차가 가장 적었는지도 살피는 데, 그동안 태풍으로 인한 인명·재산피해를 봐왔기 때문일 것이다.
기상예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70년대에는 TV와 라디오에서 '내일은 중부지방에 비소식이 있다'라는 정도의 정보를 줬다면 현재는 1시간 단위로 세분화한 동네예보를 발표하고 있고, 단기·중기예보도 내놓고 있다. 농사와 바다로 조업활동을 나가고, 관광·레저활동, 주말에 집중되는 각종 체육·문화·야외 행사 등 생업에서 일상활동까지 날씨가 큰 변수로 작용하다 보니 국민들은 보다 정확한 기상청의 예보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직접영향을 받은 제주는 지난 2일 하룻동안 한라산 남벽 강수량이 1004㎜를 기록했고, 윗세오름과 영실에도 950㎜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태풍 북상을 앞두고 기상청은 제주산간을 중심으로 최대 400㎜ 이상의 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제주에 근접할 때까지 태풍의 중심기압이 945hPa(헥토파스칼)을 유지했고, 한라산 지형효과가 더해져 많은 비가 내렸다"고 했지만 선뜻 납득하긴 어렵다. 산간에 1000㎜에 육박하는 비 예보가 있었다면 행정이나 상습침수지역, 저지대 주민들의 사전 대비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또 기상청의 폭우 예보 등은 안전 측면에서 보면 조금은 보수적일 거라고 본다.
한라산이 섬 한가운데 자리한 제주 뿐 아니라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해양성과 대륙성 기후가 만나고 산이 많은 복잡한 지형으로 일기예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제주 기후는 점차 아열대기후로 바뀌면서 동남아시아의 '스콜' 같은 게릴라성 폭우가 이전보다 자주 나타나고 있다. 제주지역의 1시간당 최다강수량 1, 2위는 120.7㎜(2018년 9월 1일 서귀포), 116.7㎜(2016년 10월 5일 서귀포)로 최근의 기록들이다.
정확한 기상예보는 관측자료, 수치예측모델과 예보관의 역량 3가지에서 나온다. 예보업무는 기상청 업무 중에서도 전문성이 높은 핵심업무인데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하고, 주야간 교대근무로 기피하는 보직이라고 한다. 제대로 잘 맞춰야 겨우 본전이고, 자칫 예보가 빗나가면 비난에 직면하니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이다. 오래 전 인터뷰했던 한 기상청 예보관은 몸은 퇴근해도 마음은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상황이 자주 나타날수록 기상청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오차가 적은 일기예보를 제공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예보관이 꺼리는 보직이라면 전문 예보인력을 적극 양성하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미숙 행정사회부장>